영국 시민권 박탈된 'IS 신부', 미성년 인신매매 피해자 주장
내무부 측 "성적 좋았던 15세 학생, IS 몰랐다고 보기 어려워"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조직원과 결혼한 'IS 신부'가 미성년 인신매매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영국 정부의 시민권 박탈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IS에 가담했다가 영국 시민권을 잃은 샤미마 베굼(23)의 변호인들은 이날 특별이민항소위원회에서 베굼이 미성년 인신매매 피해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굼의 변호인들은 시민권 박탈 결정으로 베굼이 사실상 종신 망명자가 됐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은 IS 선동에 영향을 받고 설득된 15세 영국 미성년자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영국 내무부가 베굼이 미성년 인신매매 피해자인지 조사하지 않고 결정을 내렸으므로 합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베굼이 성적 착취 목적으로 모집되고 시리아에서 받아들였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베굼이 시리아로 입국할 때 IS를 위해 일하는 캐나다 요원의 도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베굼은 2015년 학교 친구 두 명과 함께 런던을 떠나 시리아로 간 뒤 네덜란드 출신 IS 전사와 결혼했으며, 이후 2019년 시리아의 난민 수용소에서 임신 9개월인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그해 2월 언론 인터뷰에서 IS에 합류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영국인들의 분노를 샀고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시민권을 박탈했다.
그러나 직후에 베굼의 갓난아기가 사망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번엔 동정론이 확산했다. 그는 앞서 두 아이도 모두 어릴 때 잃었다고 밝혔다.
베굼은 현재 시리아 북부의 난민 캠프에 남아있으며 지난해 9월 인터뷰에서는 IS 합류를 후회하며 테러와의 전쟁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내무부 측 변호인들은 이 사건은 인신매매보다는 국가 안보에 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 베굼이 IS가 무너진 뒤에야 탈출했는데 이마저도 IS와 결별했기 때문이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였을 뿐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증인 E'로 불린 영국 정보요원은 성적이 좋았던 15세 학생이 IS가 무엇인지 모르고 합류했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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