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아래 그린란드 바다 유빙 감소로 생태계 '체제변환' 급변점
상위 영양단계 변화…"파악 안 된 먹이사슬 등 변화 있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유빙으로 덮여있던 그린란드 남동부 연안의 아(亞)북극 생태계에서 얼음이 줄어들고 수온이 오르면서 혹등고래 등이 늘어나 해양생태계 '체제변환'(regime shift)의 급변점(티핑포인트)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체제변환은 되돌릴 수 없으며 생태계 전체에 걸쳐 연쇄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지적됐다.
'그린란드 자연자원연구소'와 덴마크공대 국립 해양자원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200년간의 그린란드 동부 연안 여름 유빙 기록 등을 분석해 얻은 결론을 국제 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0년 이후 그린란드 남동부 연안의 유빙 양이 유례없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이는 숨을 쉬려면 얼음이 없는 개빙(開氷) 구역이 있어야 하는 대형 포식자를 불러들이게 됐으며 혹등고래나 긴수염고래 등이 많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들은 온대성 고래류인 범고래, 돌고래 등과 함께 출현하기 시작했으며 대신 북극권 종인 일각돌고래와 바다코끼리 등은 줄어들었다.
그린란드 동부 연안에서는 2012년에 온대 및 열대 해역 어종인 참다랑어가 트롤어선에 처음으로 잡혀 아북극 생태계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지난 200년간 이 해역의 여름 유빙 기록에서 현재와 같은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라면서, 현재 상위 영양단계에서만 큰 변화를 목도했지만,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생태계나 먹이사슬의 다른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이주성 종이 몰려드는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기온이 다시 내려가고 북쪽에서 얼음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체제가 영구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적인 21세기의 기후변화로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그린란드 동부 연안의 유빙은 알래스카 북쪽에서 해류를 타고 흘러들어 북해로 진입한다.
논문 공동 저자인 그린란드 자연자원연구소의 마스 페테르 헤이데 외르겐센 교수는 "그린란드 동부 연안에서 여름 유빙이 사라진 것은 작은 기상변화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해양생태계를 얼마나 변화시키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