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성소수자클럽 총격에 5명 사망·25명 부상…증오범죄 수사(종합2보)

입력 2022-11-21 09:56
수정 2022-11-21 13:41
美 성소수자클럽 총격에 5명 사망·25명 부상…증오범죄 수사(종합2보)

트랜스젠더 추모 행사에 총기 난사…손님 2명이 22살 총격범 제압

바이든 "성 소수자 혐오 폭력 묵인해선 안 돼"…총기 규제 촉구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최재서 기자 = 19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의 성 소수자 클럽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5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22살 남성 앤더슨 리 올드리치는 전날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클럽 Q'에서 손님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클럽 Q는 게이와 레즈비언 등 성 소수자들을 위한 나이트클럽으로, 사건 당시 이곳에서는 각종 폭력에 희생된 트랜스젠더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겸한 파티가 열리던 중이었다.

올드리치는 이 클럽에 들어서자마자 총기를 난사했다. 이 총격으로 최소 5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부상자 25명 중 7명은 중태여서 희생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사건 당시 클럽에 있던 손님 2명이 목숨을 걸고 올드리치와 맞서 싸웠고 그를 제압해 추가 사상자가 나오는 것을 막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장총 등 총기 2정을 확보했고, 체포된 올드리치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에이드리언 배스케스 경찰서장은 "클럽 Q는 성 소수자 시민들의 안전한 피난처였다"며 "모든 시민은 우리 도시에서 안전하게 지낼 권리가 있다"고 호소했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조슈아 서먼(34)은 처음에는 총소리를 클럽 음악 소리로 생각했으나 불을 뿜는 총구를 보고서야 상황을 파악했고, 클럽 내 탈의실로 달아나 숨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우리(성 소수자)는 누구도 해치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그렇게 하듯이 우리의 공간이자 커뮤니티, 우리의 집에서 즐겁게 지냈을 뿐"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AFP 통신은 매년 11월 20일은 트랜스포비아(성전환자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 폭력으로 사망한 사람을 기리는 날이라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위한 행사가 클럽에서 열린 가운데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클럽 Q는 성명을 내고 성 소수자를 겨냥한 '무분별한 혐오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수사 당국은 증오범죄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앨런 지방검사는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며 1급 살인 혐의를 포함해 증오범죄로 기소할지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공격의 동기가 아직 분명하진 않지만 성 소수자 사회는 최근 몇 년간 끔찍한 혐오 폭력의 대상이 됐다"며 "우리는 혐오를 묵인할 수 없고, 묵인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또 미국의 한 공동체가 총기 폭력으로 갈가리 찢어졌다"며 "공격용 총기 금지법을 도입해 미국의 거리에서 전쟁 무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 성 소수자기도 한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끔찍하고 역겹고 충격적인 사건이자 무분별한 악행"이라며 "콜로라도는 성 소수자 공동체와 함께한다"고 애도했다.



총격이 발생한 클럽 인근에는 임시 추모비가 세워졌다. 추모객들은 성 소수자 공동체를 뜻하는 무지개색의 하트 조형물과 '증오보다는 사랑'이라는 표지판 등을 만들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번 총격은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성 소수자 공격 사건이다.

2016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발생한 게이 나이트클럽 총격에서는 49명이 숨지고 53명이 다쳤다.

총기 규제를 촉구해온 시민단체 'US 총기 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600건을 넘었다.

이 단체는 최소 4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을 총기 난사로 정의한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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