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前 미국 부통령 "평창에서 김여정·김영남 일부러 피했다"

입력 2022-11-19 19:12
수정 2022-11-19 21:55
펜스 前 미국 부통령 "평창에서 김여정·김영남 일부러 피했다"

"미국·일본·남한 단결해 북한 도발에 맞서는 것 보여주려 했다"

회고록 '신이여 나를 도우소서'에서 당시 상황 소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마이크 펜스 전(前) 미국 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018년 2월 8∼10일 방한했을 때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등과 마주치는 일을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최근 낸 회고록에서 밝혔다.

펜스 전 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출간된 '신이여 나를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에서 이런 내용을 소개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이 책의 제32장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에서 평창올림픽 행사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펜스 전 부통령이 북한 최고위 인사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보려고 열성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당시 행사에는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200여명의 각국 고위인사들과 함께 참석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만남을 주선하려고 한 동기에 대해 펜스 전 부통령은 "문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한국의 재통일'(Korean reunification)이었다"고 설명했다.

펜스의 회고에 따르면, 2018년 2월 9일 열린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에 열린 환영 리셉션과 만찬에서 헤드 테이블에 김여정·김영남과 펜스 부부의 자리가 함께 마련돼 있었다. 이런 배치는 문 전 대통령이 계획한 것이라고 펜스는 밝혔다.

연회 시작에 앞서서 단체사진 촬영이 이뤄졌으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펜스는 의도적으로 늦게 도착해 이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 후에 문 전 대통령이 펜스와 아베를 행사장 안쪽으로 안내했다.

문 전 대통령이 김영남 위원장과 펜스의 만남을 '정중한 방식으로 강요'(politely force)하려고 한다고 판단한 펜스는 리셉션에 온 각국 귀빈들과 악수를 해가며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다가, 만찬 테이블에는 앉지 않고 행사장에서 퇴장했다.

펜스는 김영남과 공개석상에서 만나는 일을 피한 이유로 "혹시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펜스는 또 귀빈 박스석에 앉았을 때에도 의도적으로 김여정을 피하고 무시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캐런(펜스 전 부통령의 부인)과 내가 박스석에 도착했을 때 문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 우리 왼편에 앉았고, 아베 총리와 그의 부인이 우리 오른편에 앉았다. 우리 뒷쪽 줄의 오른편에 김정은 여동생(김여정)이 앉았다. 나는 그(김여정)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펜스는 이런 좌석 배치 말고 다른 배치도 제안받았으나 이런 좌석 배치를 택했다며 "미국, 일본, 남한이 단결해서 북한의 도발에 맞선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펜스는 아울러 방한 중이던 당시에 북한 정부 측이 만나자고 배후 채널로 신호를 보내 와서 비공개 만남을 추진했고, 양측이 청와대에서 10일 만나는 것으로 거의 성사까지 됐으나 예정 시간 2시간 전에 북한 측이 "평양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며 만나지 않겠다고 해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는 김영남이나 김여정을 공개적으로 만나거나 악수하는 것은 거부했으나, "카메라가 치워진 상태에서 북한 측이 메시지를 보내기를 원한다면, 만약 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할 말이 있다면" 들어 볼 의향은 있었다고 덧붙였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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