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열망 봤다…영국이 힘껏 도울 것"

입력 2022-11-20 07:00
수정 2022-11-20 10:11
"한국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열망 봤다…영국이 힘껏 도울 것"

2주간 방한 마친 영국 정부 스타트업 발굴·지원 'GEP' 대표단

자비스앤빌런즈 등 회사들과 교류…"영국 교두보 삼아 세계 진출하길"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이번에 만난 한국 회사(스타트업)들에서 혁신뿐 아니라 에너지와 글로벌 진출 열망을 목격했고, 협력과 파트너십의 기회가 많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정말 큰 영감을 얻고 떠납니다."

세계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영국 국제통상부(DIT)의 글로벌 기업가 프로그램(GEP)을 이끄는 미셸 데이비슨 존스 총괄(국장급)을 필두로 한 정부 대표단이 지난 18일까지 2주간 방한해 여러 회사와 교류했다. 한 해에도 여러 차례 해외 출장에 나서는 대표단이 한 곳에 이렇게 장기간 머무른 적은 처음이라고 한다.

미셸 GEP 총괄은 출국 전날인 17일 서울 정동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는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가 돼 있는 회사를 적극적으로 돕는다"면서 "혁신적인 기술 회사를 찾아 아낌없는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출범한 GEP는 지금까지 1천100여 곳의 세계 스타트업을 지원해 왔다. 한국에서 지원을 받은 회사는 작년 초까지 16년여간 7곳에 불과했으나, 영국 정부가 작년 7월 한국의 혁신성과 실용적 기술을 개발하는 능력을 높이 평가해 '아시아 중점 지원국가'로 선정하면서 현재 13곳으로 늘었다.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기업까지 합하면 총 35곳이다.

GEP는 자세한 지원 대상을 밝히지 않지만 축산기술 스타트업 '한국축산데이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 기업 '에이모' 등이 알려져 있다.



GEP의 한국 지원 규모가 급성장한 데는 '중점 지원국가' 선정과 동시에 한국인 최초·역대 최연소로 '딜메이커'로 임명된 구예림(30) 클레프 이노베이션 대표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GEP는 세계의 현직 창업자 중 소수정예(24명)를 딜메이커로 선발해 해외 유망 기업을 직접 찾고 성장을 관리하도록 한다.

대표단의 이번 방한에는 구 대표 외에도 토니 휴즈, 잭 햄슨, 러셀 달글레이쉬 3명의 딜메이커가 동행했다. 이들 역시 다수의 창업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다.

18년 만에 한국을 재방문했다는 달글레이쉬는 "한국 기업들이 그동안 엄청나게 혁신적이고 큰 발전을 한 점에 정말 놀랐고, 해외 사업 확장에 대한 열정을 여실히 느꼈다"고 했다.

대표단은 2주간 한국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났다. 지난 9∼11일에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연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 2022'에 참석해 GEP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여러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있는 제주도도 찾았다.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테마파크 플랫폼 개발 기업 '모노리스'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주지역 렌터카 공유 플랫폼 '캐플릭스' 등을 방문했다.



대표단이 이번에 특히 눈여겨본 기업은 세금 신고·환급 도움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택스테크(세무기술)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라고 한다.

지난 15일 본사 방문은 자비스앤빌런즈가 GEP에 지원한 뒤 GEP 측의 요청으로 성사됐는데, 딜메이커가 아닌 미셸 총괄이 최종 선정 이전에 회사를 방문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휴즈 딜메이커는 "자비스앤빌런즈는 영국이 가진 세무 서비스의 사각지대 등 문제를 잘 해결하며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GEP의 성공이 이 회사의 성공에 달린 것"이라며 웃었다.

영국 정부가 GEP로 해외 스타트업을 끌어들이며 '기술 독점'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휴즈는 "지원하는 회사가 영국에 평생 머물라는 게 아니라, 영국을 교두보로 삼아 가치를 높여 다른 곳에 진출하며 사업 확장을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받는 회사가 한국 법인체와 국적을 유지해도 상관없고, 최소 유지 기간이나 영국인 고용 등 조건도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휴즈는 GEP에 관심이 있을 한국 스타트업에 하고 싶은 말이라며 "글로벌 혁신을 원하면 혼자서는 어렵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자"고 덧붙였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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