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 사정권' 北ICBM 발사, 긴박히 움직인 美…국제사회도 긴장(종합)
美 "강력 규탄", 해리스 부통령 APEC서 한일 등 5개국 긴급회동
외신도 긴급 타전…"미 본토 타격 가능" "북한 핵전력 높이는 중"
中 "대화로 해결해야" 고수…러 "미국이 비외교적 접근" 온도차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김동호 기자 = 북한이 18일 오전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미국 등 국제사회는 강력 규탄하며 상황을 주시했다.
특히 ICBM은 사거리가 길어 미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서둘러 북한의 도발을 고강도로 비판하는 가 하면 부통령이 각국 지도자간 긴급 회담을 소집, 대응 논의에 나서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미국은 이날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명의로 낸 성명에서 "북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실험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왓슨 대변인은 "이번 발사는 다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후안무치한 위반이며, 역내 안보 상황에 불안정을 초래하는 긴장과 위험을 제기한다"며 "미국은 미국 본토와 동맹국 한국과 일본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조 바이든 대통령도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았으며 미 국가안보팀이 동맹국들 및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왓슨 대변인이 전했다.
백악관은 모든 나라가 북한의 안보리 위반 행위를 규탄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국제사회의 연대를 강조했다. 특히 지난 13일 한미일 정상회담을 거론, 3각 대북 공조를 재확인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주요국들과 긴급 회동에 나섰다.
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해리스 미 부통령은 이날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5개국 지도자들과 긴급 회동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논의했다.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도발 수위를 높이는 폭거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일련의 행동은 일본,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온 중국과 러시아는 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중국은 현재 한반도 정세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대화로 각측의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각측이 정치적 해결 방향을 견지하고 의미있는 대화를 통해 각측의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으며, 대북 제재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안보리가 아직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을 시작하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러시아는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 고조의 책임을 서방에 돌렸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부 차관은 이날 ICBM 발사 후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외교적 접근법을 선호하지만,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다른 경로를 선호한다는 것이 최근 들어 더 분명해지고 있다"며 "북한이 인내심을 시험받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러시아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당사자들이 대치를 해소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주요 외신도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일제히 긴급기사로 전했다.
이들 매체는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해 미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는 데 주목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메시지나 신호를 보내기보다는 핵 전력 강화의 과정에 있다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전했다.
북한이 이날 오전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비행거리는 약 1천km, 고도 약 6천100km, 속도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됐다.
AP통신은 '북한, 미국 타격을 위해 설계된 장거리 미사일 추정체 발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본토를 겨냥한 완벽한 무기 체계에 대한 북한의 결의를 드러내는 이달 들어 두 번째 주요 무기 테스트"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 당국의 발표를 전하면서 "미국 본토에 닿기에 충분한 사거리를 보유한 ICBM 추정체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별도로 북한의 미사일·무기 프로그램을 짚어보는 설명 기사에서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동안 이 핵무장 국가(북한)가 무기고를 급속도로 증강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영국 BBC 방송은 북한이 지난 2개월에 걸쳐 50발 이상 미사일을 쐈다면서 대부분 단거리로 이번처럼 장거리 미사일은 더 드물지만, 이 미사일들이 미 본토 어디든지 핵탄두를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미국에 더 직접적인 위협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미 CNN 방송은 올해 들어서만 34일에 달할 만큼 잦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고조되고 역내에 경보가 울리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 전력 부분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리프 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CNN에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미 도시들을 핵 공격의 위험에 빠뜨릴 능력이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북한에 대응하는 국제 협력을 방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MIIS)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책임자인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최근의 단거리 시험들은 선제적인 핵 공격을 연습하는 전방 포병부대를 위한 훈련"이라며 "이런 실험들은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북한은 지금 대화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앤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 역시 이번 ICBM 추정 장거리 발사를 '메시지'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전력 현대화에 필수적이라고 여기는 능력을 개발하는 과정"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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