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첫눈, 러 미사일 공습에 단전…1천만명 추위·어둠에 떨다
강추위 속 국민 50% 단전 피해…러, 키이우 등에 동시다발 폭격
젤렌스키 "테러리스트 국가"…폴란드 낙탄 러 책임론에선 한발 물러서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우크라이나에 첫눈에 내린 1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헤르손 등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벌이면서 주민 1천만명이 전기가 끊긴 채 추위에 떨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각 도시 주요 에너지 시설에 동시다발적인 미사일 폭격을 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공습 이후 "우크라이나 국민 1천만 명이 단전을 겪고 있다"며 "공급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11일 우크라이나가 남부 헤르손시를 비롯한 헤르손주 드니프로강 서안을 탈환한 뒤부터 에너지 파괴를 목표로 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수도 키이우와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중서부 비니츠시아, 북부 수미 등 도시가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밝혔다.
우크라이나 중남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발렌틴 레즈니첸코 주지사에 따르면 드니프로 행정중심지에도 미사일이 떨어졌다.
레즈니첸코 주지사는 "산업체가 폭격을 당해 큰불이 일었다"며 15세 여아를 포함한 23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오데사주 정부는 대규모 공습이 예상된다며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고, 동북부 하르키우도 이번 공습으로 최소 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테러리스트 국가"라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가져오길 원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러시아는 그러나 이번 공습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협상을 시작하기를 원치 않고 있고 타협점을 찾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며 "그 결과가 바로 이것(공습)"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15일에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사상 최대 규모의 미사일 공습을 가해 700만여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몇 시간 만에 대부분의 전기 공급을 복구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기업 우크레네르고는 "갑작스러운 한파로 최근 전기가 복구된 지역에서 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에너지 고문 올렉산드르 하르첸코는 우크라이나 국민 50%가 단전 피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탈환한 헤르손의 경우 주민들이 식량과 이불, 동복 등 보급품을 받기 위한 쟁탈전을 벌이며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대규모 공습은 지난 15일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미사일이 떨어지며 국제사회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감행됐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은 해당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방공 요격 미사일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만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고, 국제사회도 모른다"며 '러시아의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전문가들이 폴란드에 가 있다"며 "그들이 폴란드 수사기관과 협력해 신속히 현장에 접근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일단 러시아에 궁극적 책임이 있다고 보고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분위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최종 결론이 뭐든지 우리는 이 비극적 사고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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