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에 울려 퍼진 한글 가사…언어장벽 넘은 뮤지컬 'K팝'
오는 27일 정식 초연…아이돌 배우들 "실제로 우리가 겪은 이야기"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나랑 결혼해줄래?", "선생님 안녕하세요!"
미국 공연예술의 중심지인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우리말 대사와 노래가 울려 퍼졌다.
17∼18일(현지시간) 뉴욕시 타임스스퀘어 인근의 서클인더스퀘어 시어터에서 진행된 뮤지컬 'K팝'(KPOP) 프리뷰 공연이 그 무대였다.
다양한 인종의 관객들이 객석을 거의 다 채운 프리뷰 공연에서 실제 아이돌 출신을 포함한 배우들은 상당수 대사를 영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소화했고, 이들이 부르는 노래에도 한국어 가사가 적지 않았다.
극중 아이돌 그룹의 외국인 멤버가 한국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자 "넌 한국말을 배워야 해"(You need to learn Korean)라고 말하는 장면은 마치 뉴욕이 아닌 서울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는 듯했다.
브로드웨이를 포함한 뉴욕의 각종 공연 관객들에게 배포되는 공연문화 소식지 '플레이빌'에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이름을 한글로만 적은 페이지가 있었고, 배우들의 소감에도 "엄마 아빠 오빠, 사랑해요"와 같은 한글이 포함돼 있었다.
이 뮤지컬을 작곡한 헬렌 박은 18일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 '기생충'을 보고 언어 장벽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면서 "한국적인 것을 당당하게 표현하면 다른 문화권 사람들도 우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그래서 가사를 한국어 반, 영어 반으로 쓰고 대사에도 한국어를 포함한 것"이라면서 "K팝의 힘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모두가 환영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27일 정식 초연을 앞둔 이 뮤지컬의 프리뷰 공연에는 한국계를 비롯해 원래 K팝을 좋아하고 잘 아는 팬들은 물론 K팝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브로드웨이 관객들도 많이 찾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K팝 팬과 일반 뮤지컬 팬의 반응이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달랐지만, 공연이 끝나갈 때쯤엔 다 같이 몸을 흔들고 기립박수를 치는 등 "모두 하나가 돼 있었다"고 박씨는 전했다.
뮤지컬에 출연한 '유키스' 출신 케빈 우는 "브로드웨이란 큰 무대에서 K팝과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어서 영광"이라면서 "브로드웨이에서는 생소한 장르다 보니 K팝을 접하지 못한 관객도 많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음악의 힘과 열정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처음 올라 전석 매진 행렬을 기록한 뮤지컬 'K팝'의 브로드웨이 버전인 이번 작품에는 케빈 우를 비롯해 다수의 실제 아이돌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각자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 후까지 겪었던 여러 애환이 작품에 잘 녹아 있다고 배우들은 한목소리로 전했다.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의 루나는 "'무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제 과거의 트라우마를 많이 극복했다"면서 "10년 넘게 불행했고 무대에서만 행복했다. 너무 어린 나이였지만 우리를 케어해준 사람이 없었다"라고 아이돌 시절을 돌이켰다.
그는 "지금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는다. 이 작품은 우리들의 이야기"라면서 아이돌 지망생들에게 "너무 힘들게, 빠르게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걸그룹 '스피카' 출신의 김보형은 "연습하면서 실제로 겪었던 일이 많았다"며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잊지 못했고, 걸그룹 '미쓰에이'에서 활동했던 이민영(민)도 "어렸을 때 몰랐던 점들을 많이 생각하게 되면서 저도 울컥해지고 목이 멘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와 이메일 등을 통해 직접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섭외한 작곡가 박씨는 "뮤지컬 'K팝'은 브로드웨이에서 이번 시즌 신작 중 유일하게 완전한 오리지널 스토리와 곡으로 이뤄진 작품"이라며 "편견에서 벗어나 풍부하고 깊이 있는 K팝 음악을 미국인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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