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이스탄불 폭발과 이태원 참사, 인터넷 통제와 방임 사이
튀르키예는 소셜미디어 접속 차단, 한국선 무분별한 영상 유포 문제돼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지난 13일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의 번화가 이스티크랄 거리에서는 갑작스러운 폭발로 6명이 사망하고 80여 명이 다치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튀르키예 정부는 사건을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에 의한 폭탄 테러로 규정하고 시리아 국적의 여성 용의자를 검거하는 등 관련자들을 대거 체포했다.
세계적 관광지 중심가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이 깨뜨린 것은 휴일 오후의 평화로운 일상만이 아니었다.
사건 이후 튀르키예의 주요 소셜미디어 서비스도 전국적으로 먹통이 됐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접속하고도 메시지를 보내거나 게시물을 열람하는 게 불가능했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소셜미디어뿐만 아니라 유튜브 역시 영상을 클릭해도 재생되지 않고 로딩 화면만 뜨는 현상이 계속됐다.
이 때문에 인터넷 이용자들이 폭발 사건 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관련 소식을 접하는 데 불편이 작지 않았다.
이를 두고 사건 이후 인터넷 접속이 폭주한 탓에 서비스가 불안정해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튀르키예 미디어 규제기관인 라디오·TV최고위원회(RTUK)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주요 인터넷 서비스 접속을 차단하는 등 규제를 발동한 데 따른 일이었다.
RTUK는 이와 관련해 "미디어 서비스 제공업체는 법에 규정된 정보 배포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사회에 공포와 공황, 폭동을 유발하거나 테러 조직의 목적에 이용될 수 있는 내용 공포를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 역시 현장 생방송, 수사 정보 공개, 사상자 영상 및 사진 공개 등이 일시적으로 금지됐으며, 공식 성명 외의 익명의 취재원 인용도 불허됐다.
인터넷 감시단체 넷블록스에 따르면 튀르키예에서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접속이 사건 당일 오후부터 이튿날 오전까지 10시간가량 제한됐다.
튀르키예는 2007년 인터넷 규제법안을 통과시킨 이래 인터넷 관련 규제를 계속해서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허위 정보를 유포한 소셜미디어 이용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허위정보법'도 통과됐다.
이에 따라 2019년 10월 튀르키예가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 자치정부를 공격했을 때, 2016년 7월 쿠데타 시도가 진압된 때 등 주요 정치적 사건 때마다 인터넷 서비스 접속이 반복적으로 차단됐다.
이와 방향은 반대지만 한국에서도 최근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참사 현장 영상이 여과 없이 온라인에 범람하면서 희생자 유족의 고통을 키우고, 이용자들의 트라우마까지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인터넷 공간에 대해 이처럼 판이한 양국의 법제도와 문화를 두고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를 간단히 규정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되새기는 것이다.
국가권력의 통제가 아닌 시민사회의 자율을 통한 인터넷 생태계 발전을 위해 자유가 방임이 되지 않도록 기업은 매뉴얼을, 이용자는 이용윤리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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