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구해줘"…사우디아라비아에 갇힌 케냐 가사도우미
"몸 아파도 일하고 밥은 하루 두 끼에 구타도"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케냐인들이 고용주의 학대에 시달린다면서 구조를 호소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케냐 일간 데일리네이션 인터넷판은 17일(현지시간) 케냐 수도 나이로비 동남쪽 마차코스 카운티의 키안다니 타운 출신인 퓨리티 므완지아(22세)가 지난 6월 가사 도우미로 일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난 뒤 잔인한 고용주 밑에서 몸이 아프고 고통을 겪는다며 죽기 전에 구해달라고 호소한다고 보도했다.
므완지아는 자신과 유일하게 연락이 닿는 여동생 페이트 므웬데에게 "학대를 받으며 몸이 아파도 강제로 일을 해야 한다" 밝혔다.
사진 속 초췌한 모습의 그는 7월부터 몸이 좋지 않아 일어설 수조차 없지만 고용주의 강압과 협박에 집안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가족들이 므완지아를 사우디아라비아로 데려간 해외인력알선 업체에 이 문제를 얘기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므완지아는 동생에게 "몸이 아플 때에도 일을 하고 있다. 밥을 하루에 두 끼만 주기 때문에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앞서 데일리네이션은 지난 14일자 기사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한 가정에 지난해 12월부터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구타와 협박, 감금을 당한다며 구조 요청을 보내온 글로리아 와치라(19세)의 사연을 전했다.
와치라는 어렵게 연결된 사우디 주재 케냐 공관에 "제 목숨을 살려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해 주세요. 지금 기도가 필요합니다. 여기 상황이 좋지 않아 위험합니다. 내 딸을 다시 볼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며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공관과 취업알선 에이전트측에서는 와치라를 케냐로 귀국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간 들어간 '비용' 환불을 요구하는 고용주의 협박 등 거센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케냐 노동부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인근 걸프 국가에서 약 93명의 케냐 출신 이주근로자가 사망했다.
이달 초, 알프레드 무투아 외무장관은 취임 직후 이주근로자들의 복지를 개선할 방법을 찾기 위해 걸프 지역을 방문했다.
2019년부터 8만8천여명의 케냐인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과 같은 중동 국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것으로 보고서는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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