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지, 중·영 정상회담 취소에 수낵 대중 강경입장 거론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관영매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전하며 영국의 대중 강경 입장을 거론하고 나섰다.
정상회담이 공식적으로는 일정 조정 문제로 취소된 것으로 발표됐지만, 영국의 강경 입장에 대한 불만이 회담 취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7일 양국 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알리며 수낵 총리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을 향해 "영국 경제 안보의 가장 크고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수낵 총리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의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오쥔제 중국사회과학원 유럽연구소 연구원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러한 인식은 영국의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동시에 강대국의 관계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며 "결국 영국은 전통적인 영미 동반자 관계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그레그 핸즈 영국 무역정책 담당 부장관이 최근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을 만난 점도 지적했다.
가오젠 상하이외국어대 전문가는 "이 문제에 대해 중국이 징벌적인 조치를 한다면 영국은 감당할 수 없을 수도 있다"며 정상회담 취소의 배경에 핸즈 부장관의 대만 방문을 중국이 강력히 반대했다는 입장도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영국 총리실은 전날 시 주석과 수낵 총리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기간에 만나려고 했으나 일정 조정 문제로 막판에 취소됐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폴란드 미사일 피격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주요 7개국(G7) 긴급 회담 등이 개최되면서 정상들의 일정에 변동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반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취소 배경과 관련한 질문에 "현재 제공할 수 있는 소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또 "중국은 영국 측과 상호존중, 평등 호혜의 기초에서 양국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영국이 중국과 마주 보고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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