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증세·긴축 계획 오늘 발표…8주 만에 경제정책 방향 유턴

입력 2022-11-17 06:00
영국 증세·긴축 계획 오늘 발표…8주 만에 경제정책 방향 유턴

예산안·재정전망 공개…"재정구멍 87조원 메워야"

횡재세 등 세금 늘리고 지출삭감 예상…"고통스러운 결정" 경고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정부는 17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초래한 혼란을 수습하고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증세 및 긴축 계획을 내놓는다.

정부는 이날 횡재세 등 세금을 늘리고 공공지출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은 예산안을 발표한다.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에선 재정전망을 공개한다.

정부는 물가 상승세를 잡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번 예산안에 추산 규모 550억파운드(약 87조원)의 재정 구멍을 메꿀 묘안을 담아야 한다.

트러스 전 총리가 50년 만의 최대 규모 감세안을 내놓은 뒤 불과 8주 만에 국가 경제방향이 180도 바뀌는 것이다.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은 진작에 "눈물이 날 정도로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경기침체를 가속하지 않도록 조절하고 저소득층이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정부는 재정 구멍에서 200억파운드(약 31조원)는 세금을 늘려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 계획을 다 취소한다고 이미 밝혔고 이에 더해 최근 떼돈을 버는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소득세 구간을 고정해 세수를 늘리는 방안도 언급된다.

나머지는 지출을 삭감해서 메꿔야 한다.

의료, 복지, 교육 등의 당장 국민 생활과 직결된 분야보다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손을 댈 가능성이 크다.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철도, 의료 등 공공부문 노조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거나 결의를 하는 등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생활 관련 지출삭감을 아무리 자제해도 정부 부처가 허리띠를 졸라매다 보면 서민 삶은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서 생활 임금을 시간당 9.5파운드(약 1만5천원)에서 10.4파운드로 약 10% 올리고 연금과 복지혜택을 물가상승률(약 10%)에 맞춰서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저소득층에는 에너지 비용 지원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선 재정 구멍 규모는 계산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는 지적을 한다.

이는 금리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BBC에 따르면 현재 영국 공공부채는 2조4천500억파운드(3천858조원)다. 금리 전망이 1%포인트 달라지면 이자 지급액이 연 245억파운드(약 39조원) 움직인다.

이번 예산안에는 당장은 리시 수낵 총리와 헌트 장관의 운명이, 멀리는 보수당의 집권 연장 여부와 영국의 앞날까지도 걸려있다.

헌트 장관과 수낵 총리로선 험난한 시기에 답을 찾기 힘든 과제를 맡았는데 시간마저 촉박했다. 헌트 장관이 손을 댄 지 약 한 달만이고 수낵 총리는 취임한 지 한 달도 안됐다.

예산안과 재정전망 발표일은 총리 교체 와중에 몇 차례 바뀐 끝에 이날로 결정됐다.

이미 수낵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내부에서부터 당 정체성과는 다른 세금 정책 등을 두고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수낵 총리가 증세와 지출삭감으로 인한 갈등을 봉합하고 경기침체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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