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받는 이들의 편에 서자" 스위스인 2만5천명 이란제재 청원

입력 2022-11-16 21:20
"억압받는 이들의 편에 서자" 스위스인 2만5천명 이란제재 청원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강경한 시위진압으로 인권침해 논란이 거센 이란을 제재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청원이 스위스에서 잇따랐다.

시민단체인 '자유 이란 스위스'는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정부에 두 건의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두 청원서에는 스위스 시민 2만5천여명이 서명했다.

중립국이라는 지위에 구애받지 말고 서방국가들이 이란에 대해 부과한 추가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게 두 청원서의 취지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이른바 '히잡 의문사' 항의 시위를 진압하는 데 관여한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을 비롯한 고위 당국자들과 관련 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 방침을 확정했다. 제재 대상자들에게는 EU 내 여행 금지와 자산동결 조처가 이뤄진다.

스위스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한 서방국가들의 제재는 빠짐없이 수용해왔다.

최근에는 자폭드론 '샤혜드-136' 등을 제조하는 이란의 업체 '샤헤드 항공산업'과 모하메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이런 고위 군 간부 3명에 대해서도 제재를 발효한 바 있는데, 이는 해당 기관과 인물들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었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아직 히잡 의문사 항의 시위와 관련한 제재에 대해서는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수용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란을 여행 자제 지역으로 지정하는 정도의 조치만 내려져 있다.

이란의 인권침해 논란이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스위스 연방정부가 제재에 관한 입장을 내놓지 않자, 중립국 원칙에 집착하지 말고 국제사회와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스위스 내에서 일고 있다.

시민들의 청원서 제출을 지지하는 파비안 몰리나 스위스 하원의원은 "기본적인 인권이 짓밟히는 일이 있을 때 스위스는 억압받는 이들의 편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 착용과 관련한 엄격한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갑자기 숨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전국적으로 시위가 확산했다.

유엔에 따르면 8주간 이어진 시위를 당국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403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여성과 어린이, 변호사, 언론인 등 평화롭게 시위하던 이들 수천명이 체포됐다.

당국은 시위 참가자 가운데 1천여명을 이미 재판에 넘겼고, 이란 법원은 최근 시위자 한 명에게 국가안보 위반 공모 혐의 등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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