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의 컴백" 재등판 강행…이방카 불참, 거리두기?

입력 2022-11-16 16:48
수정 2022-11-16 17:23
트럼프, "미국의 컴백" 재등판 강행…이방카 불참, 거리두기?

친트럼프 폭스, 황금시간대 생중계…美 3대 방송사는 "생중계 안 한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아메리카의 컴백이 지금 막 시작된다."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지지자들의 열기로 뜨거운 모습이었다.

샹들리에로 장식된 화려한 연회장에 줄지어 선 성조기를 배경으로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기 위해 오늘 밤 나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외쳤다.

그가 "2년전 우리는 위대한 나라였고, 곧 우리는 다시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휴대전화를 흔들며 환호로 화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이날 연설에서도 "우리는 오염되고 있다"며 이민자들을 공격하고 미국 도시들을 범죄가 들끓는 '피의 소굴'로 묘사했다.

다만, 그는 미국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2020년 미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작년 1월 6일 선거 패배에 불복한 지지자들이 미 의회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벌인 사태와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출마 선언은 11·8 미국 중간선거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로이터통신은 과거 사례에 비춰봐도 상당히 일찍 출마선언을 한 것이라면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공화당 내 여타 대선주자들의 출마를 견제할 목적으로 기선제압을 시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게 나온 것도 때 이른 대선 출마선언의 배경일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8 중간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공화당 경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2020년 미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지지하는 극우인사 다수를 후보로 밀어붙였으나, 이런 후보들은 본선에서 판판이 낙선했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은 상하원 모두에서 민주당을 누르고 다수당이 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하원에서만 다수당 지위를 가까스로 탈환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로 인해 당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력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출마선언은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으로 관심을 돌려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로 풀이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선언 관련 뉴스를 다루는 미국 주요 언론사들의 태도는 성향과 논조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친(親) 트럼프 성향 보수 언론사로 분류되는 미국 폭스TV는 황금시간대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선언을 생중계했지만, 미국 3대 방송사로 꼽히는 ABC, NBC, CBS는 생방송을 하지 않고 기존 편성표를 유지했다.

폭스TV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을 편집 없이 전부 전달하던 과거 관행과 달리 중간쯤에서 생방송을 중단하고, 분석과 해설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폭스TV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 언론사들은 재임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체로 지지했지만,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가 무산된 이후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WSJ 편집위원회는 15일 "공화당과 이 나라에는 트럼프가 차세대 지도자들에게 2024년 후보선출을 위한 무대를 넘기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출마를 강행한다면 공화당 유권자는 필시 공화당의 패배를 가져올 인사를 (후보로) 지명하길 원하는지 결정해야만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선언 현장에는 부인 멜라니아 여사 등을 비롯한 가족이 함께했으나 장녀인 이방카는 참석하지 않았다.

CNN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부친의 선임보좌관 자격으로 백악관에서 근무한 이방카는 언론사들에 보낸 성명에서 "아버지를 언제나 사랑하고 지지하지만, 앞으로는 정치권 바깥에서 그렇게 하겠다"며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방카의 남편으로 역시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맡아 '막후 권력'을 행사한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이방카의 형제들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고 CNN은 덧붙였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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