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시장 급한 불은 껐다…"완연한 회복까진 시간 걸려"
6% 육박하던 한전채 발행금리 떨어져…"심각한 경색 완화"
CP 금리 연 5.22%로 연중 최고·연말까지 부동산PF 34조 만기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냉랭하게 얼어붙은 단기자금 시장이 다소 풀리는 양상을 보이면서 안도감이 번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015760] 자금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 한파가 닥치면서 단기자금 시장에 완연한 온기가 불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전채 3년물 금리가 전날 연 5.410%로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급등세를 보이던 발행 금리도 심리적인 마지노선인 6.00%에서 좀 더 멀어졌다.
7천2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한전채는 연 5.70%, 7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한전채는 연 5.80%대 금리에 각각 발행됐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전채 발행 금리를 보면 직전에 2∼3년 만기 한전채가 연 5.95%에 발행된 것과 비교해 일단 급한 불은 꺼진 듯하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크레딧시장 안정을 위해 한전채 발행 자제를 요구한 데다, 한국은행의 RP 매입 대상에 한전채가 포함된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시장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에 베이비 스텝(한 번에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번진 점도 한전채 금리 하향에 영향을 준 것으로 김 연구원은 분석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시장안정 대책이 지난달 23일 발표된 이후 채권시장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아직 완연한 회복세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첫 대책이 나온 시점 상황과 비교하면 심각한 경색 우려는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급한 불은 꺼졌지만, 기업어음(CP) 금리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경색국면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전날 채권시장에서 91일 물 CP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포인트 오른 연 5.22%로 연중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반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753%로 전 거래일보다 0.097%포인트 떨어졌다. AA- 등급의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0.074%포인트 내린 연 5.346%로 마쳤다. CP 금리를 제외하고는 급등세는 진정된 양상이다.
하이투자증권 김 연구원은 "정부가 지난달 23일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놓은 지 3주가 지났지만, 단기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라며 "기업들의 신용도를 반영하는 CP 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전이 채권 발행을 자체하면서 2조∼3조원의 은행 대출만으로 구조적인 자금난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며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한전채 발행이 계속돼 수요가 정체된 크레딧시장에 공급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시장 어려움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규모는 34조원으로 추산된다.
부동산시장에선 부동산 침체가 지방에서 시작해 최근 수도권까지 전이되면서 PF시장의 경색이 정책자금의 ABCP 매입만으로 완연히 풀리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하이투자증권 김 연구원은 "이미 확산한 신용위험이 단기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며 "한은이 통화정책 속도 조절에 나서 시장에 자금이 원활하게 유입되기 전까지 단기 자금시장 경색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나증권 김 연구원은 "부동산 PF 문제는 금융사들이 정책지원을 통해 유동성 대응을 하면서 시간을 두고 손실처리나 자본확충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채권시장은 시간을 두고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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