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수위 조절하나…"용의자 살상 최소화"
경찰청장 "대응 정책 수정 여부 검토"…마르코스 취임 후 46명 사살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 경찰 수장이 마약 범죄 용의자에 대한 살상 행위를 최소화하겠다면서 대응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돌포 아주린 경찰청장은 전날 외신 특파원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가능한 한 피를 흘리지 않는 방식의 마약 범죄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경찰이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방어에 나서야 할 경우가 있긴 하지만 용의자 사살을 자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주린 경찰청장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시절의 마약 범죄 대응 정책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수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전국 단위의 마약 범죄 소탕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총격을 가하면서 총 6천명이 넘는 용의자들이 숨졌다.
인권 단체들은 경찰이 마구잡이로 처형을 자행했다고 비난해온 반면 경찰은 무장한 용의자들을 상대로 총기 사용이 불가피했다고 맞서왔다.
이런 가운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해 9월 마약과의 전쟁을 반인륜 범죄로 규정하고 정식 조사에 나서겠다는 검사실의 요청을 승인했다.
이후 필리핀 정부가 같은해 11월 10일 자체적으로 실태를 파악중이라면서 유예를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였다가 최근 조사 재개를 추진중이다.
반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8월 "ICC에 회원국으로 재가입할 계획이 없다"면서 사실상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필리핀은 ICC 검사실이 지난 2018년 2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예비조사에 들어가자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해 2019년 3월 회원국에서 탈퇴했다.
한편 필리핀에서는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6월 30일 이후로 마약 범죄 용의자 46명이 사살됐고 2만2천명이 체포됐다고 아주린 경찰청장은 밝혔다.
또 작전 과정에서 압수한 마약류는 97억 페소(2천235억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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