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여 첫대좌 바이든·시진핑…핵심 이견확인·일부 협력 모색

입력 2022-11-15 02:08
수정 2022-11-15 13:35
3시간여 첫대좌 바이든·시진핑…핵심 이견확인·일부 협력 모색

대만·경제·인권 등 놓고 정면 대립…전략적 패권 경쟁 재확인

기후변화·보건 등 협력 복원·대화재개…표면적 긴장은 완화 전망

美 중간선거 후·시진핑 3기 첫회담…경쟁 가속화하되 충돌은 피할듯



(워싱턴 베이징=연합뉴스) 강병철 조준형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현지시간) 3시간여 진행된 첫 대면 회담에서도 대만, 인권, 경제 문제를 비롯한 핵심 이슈에 대해 근본적인 입장차를 보이면서 대립했다.

그러나 긴장 격화가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소통과 원칙 마련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며, 기후변화·보건·식량 안보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는 중단됐던 대화가 복원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당대회(10월)를 앞두고 지난 8월 대만을 방문하고 중국이 대규모 무력 시위로 대응하면서 최고조로 치솟았던 양국간 긴장은 표면적으로는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두 나라는 사활적 국익이 걸린 핵심 이슈에서는 입장차가 있는 데다 주요 2개국(G2)으로 지역·글로벌 패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략적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 대만 놓고 정면 대립…발언 수위는 이전보다 정제돼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중 갈등이 최근 크게 격화된 직접적인 이유인 대만 문제를 놓고 이번에도 정면으로 대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이 국제적 번영을 위험에 빠트리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훼손한다면서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방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강조한 뒤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면서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사람은 중국의 근본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중국 인민들은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두 사람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5번의 화상 회담이나 전화 통화에서도 대만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특히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전인 지난 7월말 진행된 전화통화에서 시 주석은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미국을 압박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화상 회담 때도 이런 표현을 사용했으나 이번 중국측 발표에서 이 표현은 없었다.

만약 시 주석이 '불장난'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전보다 표현 수위가 절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 "나는 시 주석이 하는 말을 이해했으며 시 주석도 내가 한 말을 정확히 이해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려는 임박한 시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은 지난달 당 대회에서 대만과 통일을 이루기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수차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경우 군사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적이 있다.

특히 시 주석이 군에 2027년까지 대만 침공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은 시간을 두고 점점 더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 경제 패권·인권 문제 놓고도 근본적 입장차 노출

미국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를 위주로 공급망 재편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추구하면서 핵심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경제정책을 취하는 가운데 미중 정상은 경제 정책을 놓고도 근본적인 입장차를 보였다.

특히 시 주석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고 바이오 등 다른 분야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를 "탄압과 봉쇄", "과학·경제·무역의 정치화"라고 규정한 뒤 "무역 전쟁이나 기술 전쟁을 일으키고 벽을 쌓으며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을 추진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고 국제무역 규칙을 훼손한다"고 말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및 전 세계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해를 끼치는 중국의 비시장적 경제조치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 등에서는 중국과 관련, "경제적 강압, 약탈적인 채무, 공급망 불확실성을 비롯한 위협에 직면해 규칙 기반 경제 질서를 수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당 대회 직전에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면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 첨단 기술에 투자하고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른바 '마당은 작게, 펜스는 높게(small yard, high fence)' 전략을 통해 수출 통제 조치 등을 통한 기술 유출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중국은 과학기술 자강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간 안보 전략적인 우위 차지하기 위한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면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 앞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도 직접 제기했다.

다만 중국은 신장 위구르족, 티베트, 홍콩 등의 탄압에 대한 미국의 문제 제기를 내정간섭으로 보고 있다.



◇ "우크라서 핵사용·핵위협 반대에 동의"…기후변화 등 대화채널 사실상 복원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회담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 중 하나는 시 주석이 승자가 없는 핵전쟁은 있어선 안 되며 우크라이나에서의 핵 사용이나 핵 위협에 반대한다는 입장에 동의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위협을 하는 가운데 백악관 발표대로 시 주석이 이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면 이는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간접적 비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적인 협조는 하지 않고 있으나 공개 비판도 하지 않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을 늘리면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를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중국은 시 주석이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회담 재개 지지·기대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대화 기대 등의 입장을 표명했다만 발표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양측간 이해관계가 첨예하지 않은 국제적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대화를 복원키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기후 변화, 채무면제를 포함한 거시경제 안정성, 보건 안보 및 국제 식량 안보 등의 문제에 대한 건설적 노력과 대화 지속에 합의했다고 양측이 발표했다.

두 정상은 미중 양국관계에서 특정 이슈에 대응한 노력과 합동 실무그룹을 포함한 기존 협력 메커니즘의 진전을 촉구키로 했다.

앞서 중국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기후변화 등 8개 분야에 대한 미중간 대화를 중단한 바 있다.



◇ "더 대결적이지도, 더 타협적이지도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번 회담은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시진핑 집권 3기의 미중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평가됐다.

두 지도자 모두 대형 국내 정치 이벤트를 끝냈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대결을 피하고 실질적인 대화를 하면서 양국 관계를 논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두 정상은 모두에서 "충돌을 피하고 협력해야 한다"(바이든 대통령), "중미 관계를 안정적 발전 궤도로 되돌려야 한다"(시 주석) 등의 말을 주고받으면서 회담에 들어갔다.

이어 주요 현안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화 복원에 합의했다.

또 충돌 방지와 개방적 소통 채널 유지 원칙에 합의하고 이에 대한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으며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이를 위해 내년 초 중국을 방문키로 했다.

정상간 대면 대화가 성사된 데 이어 외교채널 등에서 논의도 이어가기로 했다는 점에서 지난 8월 대만 문제로 격화됐던 양국간 표면적인 긴장은 일단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양국이 근본적으로 전략적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에서 대결적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시 주석의 태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시 주석은 더 대결적이거나 더 타협적이지 않았다"면서 "그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직접적이고 직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이번 회담으로 미중간 표면적 기류는 일부 변화할 수 있으나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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