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G20 불참 배경엔 8년 전 '굴욕'…"누가 같이 사진찍겠나"
2014년 크림 병합 직후 '집중타깃' 되자 회의장 박차고 먼저 귀국
전문가들 "나가도 할 얘기 없을 것", "고립 심화, 변방국으로 전락"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고자 불참을 결정했지만, 이로 인해 러시아가 더욱 고립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문명대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알렉세이 말라셴코는 "정상회의에서 그(푸틴)는 누군가와 얘기를 해야 하고, 사진도 찍혀야 한다"며 "그가 누구랑 대화할 수 있겠고 사진에는 또 어떻게 찍히겠냐"고 반문했다.
말라셴코는 푸틴 대통령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호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겪은 굴욕을 떠올리며 이러한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봤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회의에서 서방 국가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정상 중 가장 먼저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회의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한 만큼 푸틴 대통령이 불참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러시아 외교전문가 표도르 루키야도프는 "그(푸틴)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으며 바뀌지 않을 것이고 상대편의 입장 또한 매우 잘 알려져 있다"며 "간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지적했다.
서로 간 견해차가 반복될 것이 분명한데 굳이 회의에 참석해 충돌을 만들 필요가 있냐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치 전문가 콘스탄틴 칼라체프는 푸틴 대통령의 불참 결정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푸틴이) 막다른 길에 놓였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며 푸틴은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제안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일정과 겹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처럼 각종 추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반미 연대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 러시아의 고립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독립 정치분석기관 R.폴리틱 대표 테탸나 스타노바야는 "푸틴은 G20 불참이 중립국과의 관계 구축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그는 러시아의 반미 연대가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믿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연대 구축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칼라체프는 러시아가 서방 국가와의 대치로 국제정치에서 변두리 국가로 전락했으며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배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칼라체프는 "러시아는 북한처럼 버림받은 국가는 아니지만, 더는 국제 의제에 속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불참으로 정상회의 러시아 대표단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끌게 됐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7월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서방의 비난을 참지 못하고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각국 정상들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어 라브로프 장관은 다시금 냉랭한 분위기 속에 일정을 치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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