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장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국회에 적극 의견 개진"
"중기 어려움 가중…정부 개입 수준 심도 있게 논의"
공시 의무 축소, 조사·정책 분리 조직개편 방안 연내 발표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김다혜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하도급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입법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 "납품단가 연동 법제화 추진할 시점…중기 기술 탈취 조사 확대"
공정위는 원래 개별 기업이 자율적으로 하도급대금을 원자재 가격과 연동하도록 유도하고, 자율 확산 추이에 따라 납품단가 연동 법제화 도입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었다.
납품단가 연동을 의무화하면 시장 선택이 왜곡돼 오히려 국내 중소기업의 일감이 줄어들고,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가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도 각각 연동제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법제화에탄력이 붙었다.
한 위원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 지속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굉장히 가중돼 법제화를 추진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납품단가 연동은 가격과 아주 밀접한 것이어서 사적 자치와 공적 규율의 경계가 어디인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시장경제에서 정부 개입의 정도와 수준 문제를 고민하면서 관련 내용을 국회와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중소기업 기술 유용에 대한 조사 인력·신고 포상금을 확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 상향, 손해액 추정 규정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소프트웨어·콘텐츠 제작·광고 등 용역 분야 하도급 거래 불공정 실태를 업종별로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가맹점이 반드시 가맹본부로부터 구매해야 하는 '필수품목'의 기준도 구체화·합리화해 과도한 필수품목 지정과 단가 인상에 따른 피해를 예방할 계획이다.
◇ "공시제도 개편안, 법 집행 혁신 및 조직 개편 방안 연내 발표"
한 위원장은 내부거래 공시 기준 금액을 상향하고 공시 항목·빈도를 줄여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공시제도 개편안을 연말까지 확정해 내년 법령 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법 집행 혁신 및 조직개편 방안도 연내 발표한다.
조사 공문 구체화, 이의제기 절차 신설, 사건기록물 보존·관리 강화, 사건상황판 설치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조직 개편은 조사·정책·심판 부문의 분리를 통한 기능별 전문화, 사건 처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초점이다.
특히 경제 분석, 글로벌 기업결합(M&A) 심사, 기술탈취 조사 분야 인력을 확충하고 별도의 과 신설도 추진한다.
한 위원장은 조직 개편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 도입의 포석이 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특사경 도입 문제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며 "검찰의 관여도가 높아지는 것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기존의 법집행시스템 개선 태스크포스(TF)와 조직 선진화 추진단을 통합 운영하고 그 안에 사건기록물 개선팀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플랫폼, 대기업집단, 소비자, 중소기업 등 각 정책 분야별로 정책 네트워크를 구성해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카셰어링(공유 차량) 영업 구역 제한 완화, 공공기관 단체급식 입찰 참가기준 완화 등 경쟁 제한적 규제에 대해서는 이달 중 규제 개선 추진 결과를 발표한다.
동일인 친족 범위 축소 등을 위한 시행령 개정과 부당지원 심사지침 개정은 연내 마무리하고, 총수 일가 사익편취 판단 기준은 내년 상반기 중 심사지침을 개정해 구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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