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 횡령사건' 건보공단, 회계처리부터 관리까지 총체적 부실(종합)
예금주-계좌번호 불일치해도 승인…횡령사건 날때까지 인지 못해
3명 중징계 요구·기관경고…공단 "고강도 경영혁신 추진"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46억원이라는 '역대급' 횡령사건이 발생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내부 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회계처리에서부터 자체 감시 절차까지 부실 투성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발생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의 횡령 사건과 관련, 정보시스템 접근 권한에 대한 관리 규정 미비와 내부통제 미흡 등이 확인됐다며 재정관리실 책임자 중징계 등을 요구하고 기관경고 처분했다고 14일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7일까지 2주간 복지부의 감사·건강보험·정보보안 등 담당 부서가 합동으로 특별감사를 한 결과 공단의 정보시스템 운영, 회계업무 관련 조직, 인사 분야에서 총 18건의 지적사항이 확인됐다.
공단 재정관리실 소속 최모 팀장은 지난 4월 27일부터 총 7회에 걸쳐 17개 요양기관의 압류진료비 지급보류액 46억2천만원을 본인 계좌로 송금해 횡령한 뒤 해외로 도피한 바 있다. 횡령이 약 5개월간 이어졌음에도 공단 내부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공단의 관리시스템 부재가 지적됐다.
감사 결과 공단의 '통합급여정보시스템'이 지급계좌 정보를 직원이 임의로 변경할 수 있도록 운영됐고, 관리자가 계좌등록, 계좌 확인 등을 일괄처리 할 수 있게 돼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특히 통합급여정보시스템에서 예금주명과 계좌번호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에 오류가 발생, 예금주명과 계좌가 일치하지 않아도 계좌 승인이 되는 상황이었음에도 횡령 사고 발생까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또 공단의 회계규정에는 '지출원인행위'와 '지출업무'를 분리하도록 돼 있는데도 같은 부서에서 두 업무를 함께 수행하고 있었던 데다 지출업무 담당이 지출원인행위 관련 서류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실질적인 심사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감사단은 이와 함께 공단 재정관리실이 시행한 '지출 관련 사고 방지를 위한 자체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졌고, 회계 업무 소관 부서장 등의 전문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횡령 사건 당사자가 작성한 허위보고서가 그대로 결재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회계업무 처리 관리책임 소홀을 이유로 재정관리실 실장과 전·현직 부장에 대해 공단이 중징계 수준의 문책 조치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관리 규정 미비, 내부통제 미흡, 자율점검 미비, 결재 누락 등 6건의 지적사항과 관련해 공단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는 기관경고 처분과 관련, "책임이 공단 이사장 등 임원진을 포함하여 기관 전체에 귀속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단이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해 차질없이 이행하고,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강화된 혁신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감사 결과 발표 직후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전사적으로 업무를 개선하고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추진하겠다며 현금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채권업무 관련 권한과 부서를 분리해 상호점검체계를 강화하고 업무담당자의 정보 임의 수정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현금 지출·관리 업무를 전수조사해 업무유형별 위험요인을 찾아 집중 개선하고 점검업무 처리절차도 표준화하고 금융결제원 시스템을 통해 확인된 지급계좌 정보를 공단 업무시스템에 자동저장되도록 해 임의 수정을 원천차단하는 내용이 담겼다.
회계 업무 전반에 대한 외부전문기관 컨설팅을 통해 미비점 개선에도 나서는 동시에 기획상임이사 직속으로 경영혁신추진단 TF를 구성해 조직을 점검하고 경영혁신 방향을 마련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공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단 전 임직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의 높은 기대와 관심에 걸맞게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추진해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라고 밝혔다.
chom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