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된 헤르손 축제분위기…"물·전기 다 끊겼지만 회복할 것"(종합)
주민들 전쟁 트라우마 호소…정부, 지뢰제거·기간시설 복구 박차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오진송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탈환하자 많은 시민이 거리로 몰려 나와 해방감을 만끽했다고 CNN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교전 과정에서 전력과 상수도 시설 등이 폭격 등으로 파손됐고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일부러 파괴한 시설도 적지 않아 시민들은 온수와 난방이 안 되는 춥고 고달픈 겨울을 보내야 하는 처지다.
CNN은 헤르손 주민들이 이날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광장과 거리로 몰려 나와 시내에 진입한 자국 군인들을 반갑게 맞았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국기에 자국 군인들의 사인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가를 불렀고 건물 난간 등에 국기를 내걸었다.
자신을 '올가'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CNN에 "우리는 이제 자유를 느낀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인이다"라고 말했다.
헤르손은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지인 크림반도에서 가깝고 우크라이나 중부 중요 수자원인 드니프로 강 하구를 통제하는 전략 요충지다.
이런 중요성을 인식한 러시아는 개전 직후인 지난 3월 초 헤르손을 점령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1일 8개월 만에 수복했다.
러시아군은 점령 기간 주민들에게 러시아화를 강요했고 일부 주민에 대해선 납치와 고문, 학대를 가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군이 물러간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헤르손시 중앙광장에 주민들이 모여 해방을 자축했지만, 헤르손의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실종 등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루보브 오브즈나(61)는 WP에 자신의 28살 된 아들 드미트로가 지난 8월 두 손자가 보는 앞에서 러시아 보안군에 끌려갔다고 말했다. 오브즈나는 아들과 헤어진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아들의 생사도 모른다고 했다.
이와 함께 헤르손의 전력과 상수도, 통신 등 대부분의 기반시설이 철저히 파괴돼 주민들은 매우 어려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헤르손의 주요 기반시설들이 모두 파괴됐다"라며 "(러시아) 점령자들이 헤르손에서 달아나기 전에 통신, 수도, 난방, 전기 등 모든 주요 기반시설을 파손했다"고 주장했다.
헤르손에는 기초 의약품도 거의 떨어져 보건의료 서비스에도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러시아인들은) 어디서든 사람들에게 최대한 굴욕감을 준다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며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헤르손의 복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헤르손 내 60개 이상의 정착지에서 통제권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이 안정화 조치에 착수했다"며 "지금까지 약 2천 개의 지뢰와 트랩 폭탄, 불발탄이 처리됐다"고 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헤르손 주민들이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동안에도 멀리서 시 외곽의 포격 소리와 지뢰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헤르손 주민들은 밤늦게까지 전조등이나 손전등 등에 의지해 러시아군 점령기 때 금지됐던 자국 노래를 부르며 다시 맞은 자유를 즐겼다고 NYT는 전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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