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진원지' 중소형 증권사 보증 ABCP 연말까지 1.1조 만기
중소형사 ABCP 중 75% 연내 만기…차환 부담 가중
금융당국 1.8조 규모 '핀셋 대책'…"만기 물량 충분히 소화, 증권사발 위기 진화"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이지헌 임수정 기자 = 증권사가 보증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가운데 중소형사가 보증한 물량 1조원 가량이 연말까지 만기 도래한다.
금융당국은 이 1조원 가량의 물량을 단기시장 불안의 핵심으로 파악하고 '핀셋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증권사가 보증한 PF-ABCP 전체 규모는 20조2천867억원이다.
이 중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A2 등급(상환 능력이 우수한 편이지만, 안정성이 A1보다는 낮음) ABCP는 1조5천226억원으로, 이 가운데 1조1천244억원(73.5%)이 연말까지 만기 도래한다.
이달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물량만도 8천81억원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PF 시장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며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ABCP 만기 물량이 차환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시장에 커진 상황이다.
채무 보증을 제공한 증권사들은 차환에 실패할 경우 자체 매입으로 물량을 막아야 하는데, 한 곳이라도 유동성 부족으로 물량을 소화해내지 못할 경우 연쇄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공문주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한 PF-ABCP 만기는 비교적 분산된 편이지만, 증권사들이 신용이나 유동성을 공여한 PF-ABCP 대부분은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며 "차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2 등급 ABCP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한 가운데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증권사가 보증한 20조원대 ABCP 시장 전체도 타격을 받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전 6~7% 수준에서 형성됐던 PF-ABCP 금리는 최근 10~11%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중소형사가 보증한 A2 등급 ABCP를 우선 매입하는 1조8천억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지원책을 내놓았다.
당초 9개 대형 증권사가 4천500억원 규모로 중소형사 ABCP를 지원하기로 한 프로그램에 산업은행과 증권금융을 합류시켜 지원 규모를 1조8천억원으로 늘렸다.
금융당국은 1조8천억원 규모의 프로그램으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1조원가량의 물량을 충분히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2 등급 ABCP를 우선 매입하되, 연말 자금시장 유동성 부족으로 차환이 어려울 경우 A1 등급 ABCP까지 소화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업계가 자구로 마련했던 4천500억원 프로그램으로 연말 돌아오는 1조원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느냐에 대해 조금 의구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1조8천억원은 만기 도래 물량을 다 받아내고도 A1 등급 물량 일부까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충분한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증권사가 자체 보증한 ABCP 직접 매입을 허용하도록 기존 시행령의 유권해석도 명확히 했다.
이를 통해 대형 증권사의 경우 유동성 고갈 상황에서 헐값에 PF ABCP를 처분할 필요 없이 스스로 이를 떠안을 수 있게 됐다.
이 관계자는 "지난주 유권해석으로 A1 등급 ABCP의 과매도 국면이 어느 정도 진정된 상황"이라며 "이번 A2 등급 물량에 대한 지원책까지 더해지면 증권사발 PF-ABCP 위기는 상당 부분 진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증권사가 연말까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의한 '옥석 가리기'가 뒤따를 것이란 분석이 많다.
공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를 고려하면 현재 유동성 위험이 실제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PF-ABCP 금리 추가 상승은 멈춘 것으로 보이고 차환도 이뤄지는 중이라 단기자금 경색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유동성과 별개로 증권사들의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작년 급격히 증가한 상태"라며 "기초자산의 부실 여부에 따라 증권사가 신용공여 및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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