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노마드족'에 저축은행 조달 경쟁 심화…7% 예금도 나올 듯
온라인 커뮤니티 통한 정보공유 활발…들쭉날쭉 수신고에 진땀
부작용 우려도…수신 금리 오르면 저신용자 대출 축소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하루 전날 창구에서 6.5% 금리 예금에 가입한 고객이 다음날 예금을 해지했다. 알고 보니 더 규모가 큰 수도권 저축은행이 금리를 올리자 그쪽 예금으로 갈아타려는 것이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들이 예금 유치를 위해 금리를 평균 연 5.48%(12일 기준)까지 높였지만, 여전히 자금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을 찾아 자금을 수시로 옮기는 '금리 노마드족'의 영향으로 저축은행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서 지난달 한국은행이 두 번째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을 단행한 이후 저축은행들이 최고 6%대 중반에 이르는 예·적금 특판을 진행하자 금융 소비자들이 '오픈런'을 하고, 저축은행중앙회 서버가 마비되는 등 큰 관심을 끈 바 있다.
특판 상품이 공개되면 각 저축은행에 하루 만에 수천억 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특판을 하루나 이틀 만에 종료하는 사례가 빈번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자금을 유치했다가도 업계 내 다른 저축은행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 순식간에 자금이 이탈하는 사례가 빈번해 저축은행들이 수신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다른 업권에서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는 것 보다 기존 저축은행 예금 수요자들이 업계 내에서 자금을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한 지역 저축은행에서 특판으로 유치한 수신 자금의 세 배가 중도 인출돼 이유를 알아보니,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타 저축은행으로 갈아타는 수요 때문이었다"면서 "정상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는데도 하루 만에 큰 금액이 오락가락하는 현상은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 지역 맘 카페 등을 중심으로 고금리 특판 상품, 금융 팁 등의 정보가 발 빠르게 전파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일수록 수신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을 경우 경영 상태가 건전한데도 갑작스레 자금 변통이 안 돼 발생하는 '흑자도산' 우려까지 있어 업계의 고민이 크다. 이 때문에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금리 비교가 쉬운 비대면 플랫폼에서 이탈하는 것이 유리하겠다는 의견까지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권에 지나친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저축은행의 예대율 규제 비율을 6개월간 100%에서 110%로 완화했다.
수신 금리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는 데다 대출금리 상승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업계는 조달 경쟁이 심화하면서 조만간 연 7%대 정기예금 상품의 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은행과 다르게 정기예금 등 수신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은행보다 수신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만 안정적으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이달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이미 시장 금리에 선반영돼 있지만, 연말 자금 수요와 조달 경쟁이 겹치면서 연 7% 예금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신 금리 인상은 소비자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조달금리 상승으로 저신용자 대출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부작용이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3분기 민간 중금리대출(사잇돌 대출 제외) 공급 실적은 3조1천261억원이었는데, 전 분기보다 5.7%(1천811억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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