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내 직무는 사형도장 찍기' 실언한 법무장관 경질
동남아 순방 출발 12일로 하루 연기…내각 발족 후 두 번째 각료 사퇴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자신의 직무를 '사형 집행에 도장을 찍는 일'이라며 경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비난을 산 하나시 야스히로 일본 법상(법무부 장관에 해당)이 결국 경질된다고 NHK 등 일본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하나시 법상을 교체할 뜻을 여당 간부에게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하나시 법상이 기시다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나시 법상은 9일 한 모임에 출석해 "대체로 법상은 아침에 사형(집행) 도장을 찍는다. 낮에 뉴스 톱이 되는 것은 그때뿐인 수수한 직책"이라며 "법상이 돼도 돈이 모이지 않고 좀처럼 표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액 헌금 등으로 일본에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과 관련해 "통일교 문제를 맡아 해결해야 해서 내 얼굴이 얼마간 TV에 나오게 됐다"라고도 했다.
이 발언 이후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법상의 직무를 가볍게 여긴 발언이라며 조기에 사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까지도 "다시 직책의 무게를 자각해 설명 책임을 철저히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계속 기용할 의향을 밝혔으나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계속되자 결국 교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후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법상 교체 논란으로 출발을 12일로 하루 미뤘다.
하나시 법상은 중의원 6선 의원으로 자민당에서 기시다 총리의 파벌에 속해 있다. 8월 개각으로 처음 입각했으며 그가 법상이 된 이후 사형은 집행되지 않았다.
하나시 법상이 물러나면 기시다 내각 발족 후 두 번째 각료 사퇴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야마기와 다이시로 경제재생담당상이 통일교와 접점이 잇달아 확인되면서 사퇴했다.
현지 언론은 각료들의 잇따른 사퇴가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기시다 내각의 정권 운영에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요미우리신문이 이달 4∼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보다 9%포인트 하락한 36%로 출범 이후 최저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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