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 단순·직접·지속적이어야"
"대중의 무관심·오해, 포워드가이던스 효과 반감시킬 수 있어"
"중앙은행, 효과적인 정보전달 방식 고민 필요"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11일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지속적일 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중의 무관심, 과거 정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정보 경직성, 오해 가능성, 기대 인플레이션의 측정오류 등 현실적 제약이 포워드가이던스(선제적 지침)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면서 "우리 경제환경을 고려한 인프라 구축, 소통 관련 경험의 축적 및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금통위원은 이날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기대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한 금요강좌에 강연자로 나서 이런 입장을 설명했다.
박 위원은 "올해 들어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한은은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는 것을 막고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해왔다"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은 금리 결정의 주요 근거가 돼 왔다"고 설명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소비·투자 및 자산가격 결정, 실업률과 물가 간 관계, 적정 기준금리 설정 등 중요한 경제적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다.
박 위원은 "특히 경제적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체감 실질이자율'(perceived real interest rate)은 통화정책에 있어 기대 인플레이션이 왜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소비와 투자, 상품가격, 임금의 결정 주체인 가계 및 기업의 기대 인플레이션에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통상 가계·기업은 금융시장 및 전문가보다 물가 수준을 높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최근에 경험한 주관적 물가상승률, 개인의 쇼핑 경험, 관련 미디어 노출 등에 주로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통화정책은 전문가의 기대 인플레이션 형성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가계·기업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인 만큼, 정책당국이 민간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박 위원은 강조했다.
박 위원은 "경제주체들이 기존 정보에 새로운 정보를 반영해 의사결정을 하므로 중앙은행은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민간의 기대 인플레이션 형성 및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물가 정보를 제공받은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과 달리 기대 인플레이션을 조정했고, 이는 기업의 가격과 신용, 고용,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가계는 통화정책 의결문 또는 중앙은행의 물가 전망에 대한 정보를 직접 들었을 때 언론 기사로 알게 된 경우보다 기대 인플레이션 및 소비지출에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박 위원은 "중앙은행 정보 효력은 약 6개월 정도로 짧게 지속됐다"면서 "이는 중앙은행의 메시지 전달이 단순하고 지속적일 때 효과적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앙은행의 포워드가이던스는 정책금리가 0% 또는 실효하한에 도달했거나 파급경로가 현저히 훼손된 상황에서 향후 정책방향 정보를 제공, 거시적 불확실성을 낮추고 경제주체의 기대를 조정해 현재 경제상태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책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에 대한 대중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중앙은행의 소통이 경제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표정, 목소리 톤이 금융시장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등 비언어적 수단이 전달하는 연성정보도 중요할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평균물가목표제(AIT)는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제도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인해 민간의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아울러 연준 경제전망(SEP)의 점도표는 적극적인 소통 방식이지만, 동일한 값이라도 개별 위원이 생각하는 적절한 통화정책과 금리 경로의 전제조건이 다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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