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기 둔화 국면 진입…금리 인상 속도 조절해야"
"한은 '빅스텝', 경기에 상당한 부담…가능한 한 낮은폭 인상해야"
"금융 시스템 리스크 관리 필요"…내년 추경 필요성에는 선 그어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박원희 기자 = 내년 경기가 둔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제언이 나왔다.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수출과 투자가 꺾이는 가운데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면 경기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 "수출·투자 부진에 경기 둔화…빠른 금리 인상 필요성 낮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대내외 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 경제는 수출과 투자의 부진으로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경기 둔화를 고려해 거시정책 긴축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물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완만한 속도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경우 내수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또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국내 물가와 경기 여건을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이나 유로존과 같이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고 있는 미국·유럽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향후 물가 상승 압력도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달 말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있을 텐데, 가능하면 낮은 폭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해 가면서 물가 상승세를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올리는 추세가 지속된다면 경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천천히 올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를 고려하더라도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원/달려 환율 역시 자유변동환율제도의 취지에 맞게 어느 정도의 변동을 용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금융 시스템 리스크 관리…완화적 재정정책 정상화"
금융정책 측면에서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실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차대조표 악화가 우려되는 금융기관에 과도한 유동성이 공급되면 부실 가능성이 높은 부채의 차환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금리 급등에 따른 취약 차주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법정 최고금리도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KDI는 덧붙였다.
재정정책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진행된 확장적·완화적 정책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효율적 재정 운용 방안을 마련하고, 급속한 고령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산성 악화에 대응해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향후 경기 둔화에 따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선을 그었다.
정 실장은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을 말하긴 어렵지만, 기본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추경이 필요한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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