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차이나 시티' 뒤스부르크, 화웨이와 사업 중단

입력 2022-11-10 11:47
독일의 '차이나 시티' 뒤스부르크, 화웨이와 사업 중단

홍콩매체 "우크라 침공한 러시아와 중국 관계 지적하며 입장 바꿔"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차이나 시티'를 표방했던 독일 항구 도시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야심 차게 추진하던 '스마트 시티' 사업을 중단했다.

독일에서 자국 기반 시설과 산업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관련해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적극 협력하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유럽을 향한 관문'을 자처했던 인구 50만 명의 뒤스부르크시가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을 활용해 전통적인 산업 도시에서 서비스 기반 스마트 도시로 탈바꿈하려던 계획을 중단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뒤스부르크 시장실 대변인 팔코 펄러스는 SCMP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내년에 나올 연방정부의 새로운 중국 정책을 기다리며 화웨이와 진행하던 모든 협력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방정부와 유럽연합(EU)은 화웨이와의 교류를 계속해도 되는지를 지켜보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의 현재 관계에도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에 제한이 없다고 천명한 것을 언급하면서, 2018년 체결해 지난달 만료된 화웨이와의 협정이 즉시 갱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뒤스부르크 시 홈페이지에서도 해당 사업에 대한 설명은 사라졌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에서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관련이 있으며,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할 경우 주요 자료 유출 등 안보 우려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는 화웨이의 유럽본부가 있다. 이 주에 속한 도시 뒤스부르크는 유럽과 중국을 연결하는 고속철이 통과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핵심기지로 평가받았다.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뒤스부르크를 찾아 중국 충칭에서 출발한 화물열차가 현지에 도착하는 것을 지켜보며 현지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종착지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일대일로 사업도 최근에 흔들리고 있다. 뒤스부르크 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러시아의 협력국인 벨라루스와 관련된 사업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뒤스부르크는 벨라루스 민스크 외곽의 대형 물류단지에 컨테이너 터미널을 건설하는 사업의 지분도 모두 매각하겠다고 했다. 민스크의 물류단지는 중국이 20억 달러를 투자한 대형 프로젝트다.

아울러 중국 국영 해운사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이 뒤스부르크 항구 터미널의 지분을 지난 6월에 매각한 사실이 지난달 뒤늦게 드러났다. 코스코는 뒤스부르크에 유럽 최대 내륙항구 터미널을 짓겠다는 야심을 품었지만, 이 터미널에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유럽 내 중국의 최대 교역국인 독일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최대 항구인 함부르크 항만에 코스코의 지분 참여 문제가 큰 논란을 일으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주 시 주석을 만나러 베이징으로 가기 전 코스코의 함부르크 항만 지분 참여를 결국 허용했다. 다만, 담당 부처와 미국 등의 반대 속에서 참여 지분은 기존 35%가 아닌 24.9%로 제한했다.

독일 정부는 이후 자국 반도체기업의 중국 매각을 잇달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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