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1위 中에 내줘도 수주잔고·LNG선 계약은 韓이 압도
중국이 2년 연속 수주 1위 유력…수주잔고 1위 한국조선해양
LNG선 수주비중도 한국 76%…양보다 질로 앞섰다는 평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한국 조선업계가 올해 수주량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줄 위기에 처했지만, 수주의 질적 측면에서는 크게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은 건조물량을 뜻하는 수주잔고 톱4에 한국 '빅3' 업체가 포함됐을뿐더러 수익성이 가장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에서 한국이 압도적으로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1∼10월 1천465만CGT(표준선 환산톤수)를 수주해 현재 1위인 중국(1천581만CGT)에 116만CGT 뒤져있다.
올해가 두 달가량 남아있지만, 중국이 자국에서 발주한 저가 벌크선 등으로 물량을 늘리고 있고, 한국도 2026년 말까지 독(건조공간) 예약이 다 찬 상태라 순위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에 수주 1위 자리를 뺏기게 되자 인력 문제와 함께 국내 조선업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 일감을 뜻하는 수주잔고는 한국업체들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어 아직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반박도 강하게 제기된다.
현재 전 세계 수주잔고 1위 기업은 1천795만CGT를 기록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다. 이는 한국조선해양[009540]이 보유한 현대중공업[329180], 현대미포조선[010620],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를 최소 3년 이상 100% 가동할 수 있는 물량이다.
후둥중화조선, 대련조선 등을 보유한 중국선박집단유한공사(CSSC)가 1천766만CGT로 뒤를 이었지만 3∼4위는 국내 빅3인 삼성중공업[010140](937만CGT)과 대우조선해양[042660](768만CGT)이 차지했다.
톱4 중 3개가 한국업체인 것이다.
선가가 가장 비싸 팔수록 남는 게 많은 LNG 운반선 수주를 한국이 휩쓰는 것도 우려를 불식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올해 1∼10월 전세계에서 1천172만CGT(136척)의 LNG 운반선이 발주된 가운데 한국은 889만CGT(76%)를 수주하며 284만CGT(24%)에 그친 중국을 크게 제쳤다.
비록 중국의 수주물량이나 비중이 작년(81만CGT·12%)보다 늘긴 했지만, 이는 국내 수주 물량 초과에 따른 일시적 반사이익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전국 곳곳에 조선소를 보유한 중국과 달리 한국은 독 수 자체가 제한돼 2026년 말 인도 물량까지 예약이 꽉 찼고, 그 결과 빠른 공급을 원하는 선주들이 '꿩 대신 닭'으로 중국 조선업체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또 LNG 운반선 선가는 지난달 말 기준 2억4천800만달러(3천400억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미국 지역 선주와 역대 최고 가격인 척당 2억5천만달러(3천420억달러)로 LNG 운반선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비록 중국의 기술 축적 우려도 있지만, 영하 163도 이하로 온도를 유지하고 기체로 소실되는 양을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LNG선 건조 기술력은 앞으로 몇년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CSSC의 조선 계열사 후둥중화조선이 건조한 LNG 운반선이 지난 2018년 엔진 결함으로 호주 앞바다에서 멈춰선 사건은 조선업계에서 현재까지 종종 회자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탈탄소화에 따라 LNG 등 친환경 에너지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고, 덩달아 LNG 운반선 수요도 향후 몇 년간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수주 양적인 면보다는 질적인 면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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