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순배출량 제로'로 친환경 위장 못하게 제한 둬야"
유엔 고위 전문가 그룹, 권고안 제출…구테흐스 "고급 속임수 이제 끝나야"
(샤름 엘 셰이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기후 위기의 시대를 맞아 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구호가 자칫 반환경적인 활동을 숨기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유엔 고위급 전문가 그룹은 8일(현지시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리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넷제로'(Net Zero) 개념이 이른바 그린 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에 악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안토니우 구데흐스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
전문가 그룹 권고의 핵심은 새로운 화석연료 공급, 삼림 파괴 등 환경측면에서 파괴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이런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산업계에 넷제로 개념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정부의 환경 정책을 훼손하기 위한 로비 활동을 금지하고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직접적인 생산활동은 물론 공급망 전체를 포함해야 한다는 권고도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 그룹을 이끄는 캐서린 맥케나는 AP통신에 "권고들은 명료하며 일반인들이 기대하는 수준"이라며 "환경친화적인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 환경 느림보 기업에서 일하기를 원하지 않는 구직자 등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 제로'는 탄소 배출 활동과 흡수 활동에 균형을 맞춰 순수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일종의 '탄소 중립' 개념이다.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제한한다는 목표가 거론된 이후,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유행처럼 번졌다.
각국 정부는 물론 파리기후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와 산업계까지, 특히 화석연료를 개발하는 에너지 기업까지도 이 개념을 도입, 자체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만큼,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활동을 하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개발하는 에너지기업 등의 넷제로 구호가 실제로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막대한 화석연료 사업 확장을 가리기 위한 거짓 넷제로 약속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건 고급 속임수"라며 "이런 유독성 위장은 세계를 기후 벼랑으로 내몬다. 이런 사기는 끝나야 한다"고 비난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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