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의회 권력변화에 '한국 전기차 차별' 인플레法 달라질까

입력 2022-11-09 16:43
[美중간선거] 의회 권력변화에 '한국 전기차 차별' 인플레法 달라질까

法 개정 또는 유연 적용 등 어떤 식으로든 일부 완화 가능성 커져

개정논의는 일단 물꼬…초당적 '미국우선' 기류에 대폭 수정은 쉽지않아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11·8 미국 중간선거에서 의회 권력 지형에 변화가 뒤따르면서 한미간 현안으로 떠오른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시행 중인 법이기는 하지만, 하원을 탈환한 공화당이 '바이든표' 정책들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보조금 차별을 당한 우리 기업들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일부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최대 입법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IRA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손을 댈 가능성을 내비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IRA 관련 조항들을 관통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와 '바이 아메리칸'의 정신과, 그 기저에 깔린 중국 견제 심리는 민주·공화 양당이 한목소리를 내는 몇 안 되는 초당적 이슈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전기차 조항들에 대한 전면적 개정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지난 8월 통과된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구매자에게만 최대 7천500달러의 세금공제 혜택을 주기로 해 아직 조지아주 공장을 완공하지 못한 현대차와 기아차 등을 지원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했다. 이들 기업은 현재 미국에 판매하는 전기차를 전량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다.

IRA에 따라 내년부터는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 들어가는 배터리를 사용하고,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전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만들고, 미국산 부품과 원재료를 사용해야 혜택을 준다는 이야기다.

미국에 거액을 투자하는 서방 기업들조차 차별하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한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일본 등 미국의 핵심 동맹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미국으로서도 문제의 규정들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오히려 미 전기차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져 IRA 입법 취지와 달리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힘을 얻는다.

중간 선거 후 '레임덕 의회' 내 처리까지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조지아주를 기반으로 한 라파엘 워녹(민주) 상원의원이 지난 9월 개정안을 발의해 논의의 물꼬를 텄고, 테리 슈얼(민주) 하원의원 등도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을 2025년 말까지 유예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하원에 내놨다.

중간선거가 끝난 만큼 세부 시행 규정을 마련 중인 재무부가 완화된 규칙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지난달 독일 BMW 전기차 투자를 유치한 자리에서 IRA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전기차 배터리와 부품 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언, 이런 기대감을 부풀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간선거 이후 IRA의 전기차 원산지 규정이 유연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상 분야별 면제 또는 특정 면제 등의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공화당 주도로 IRA 수정 논의에 힘이 실리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바라는 만큼의 전면적인 개정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끈 직전 공화당 행정부가 지금보다 더 강경한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를 내세웠던 만큼 공화당이 바이든 대통령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자체를 문제삼을 이유는 별로 없다.

전·현 정부 모두 중국 경제의 급부상을 견제함으로써 미국 제조업 되살리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에서 IRA 전기차 관련 규정을 획기적으로 고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아메리카 퍼스트'는 초당적 이슈여서 중간선거 후 막연히 (IRA 문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쉽지는 않다"며 "사실 공화당이 IRA에서 주로 반대하는 것은 전기차 세액보다는 증세 부분"이라고 말했다.

개정 과정에서 전기차 세액 조항도 바뀔 가능성이 있지만, 공화당이 초점을 맞추는 핵심 개정 대상까지는 아니라는 것이 김 대표의 분석이다.

차기 의회에서 누가 외교·안보를 지휘하느냐도 IRA 등 한미 무역 문제에서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에서 외교위원장에 오를 것으로 유력시되는 마이클 매콜(텍사스) 현 외교위 공화당 간사는 대중 매파로 미국 내 제조업 부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콜 의원이 IRA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중국 강경 노선을 채택해 동맹국들에 '미국이냐 중국이냐'는 이분법적 선택을 압박하는 차원의 의회 외교를 주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차기 의회에서 IRA 전기차 조항이 저절로 개선될 것으로 낙관하기보다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체계에 힘을 보태는 동맹국 역할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투자 대상인 주정부와 해당 지역 의원들과 접촉해 이들의 지원사격을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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