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사우디 관계 복원 속도…왕세자 30여년만에 태국 방문
내주 APEC 정상회의 참석…"지역 동맹국 목표로 유대 강화"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30여 년 전 '왕실 보석절도' 사건으로 쌓인 앙금을 털어낸 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월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사우디를 찾은 데 이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답방이 성사되면서 양국이 유대를 더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됐다.
9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오는 18~19일 태국 수도 방콕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사우디는 A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태국 정부의 초청으로 왕세자가 30여년 만에 태국을 공식 방문하게 됐다.
빈 살만 왕세자 방문에 맞춰 양국은 외교 및 경제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라차다 타나디렉 태국 정부 부대변인은 빈 살만 왕세자는 방문 기간에 3개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예정이라며 "양국이 유대를 강화하고 서로의 지역에서 동맹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협정은 외교 및 관용 여권 소지자 등에 대한 비자 면제, 방콕에 사우디 대사관을 설치하기 위한 후보지 물색 등 2024년까지 외교적인 유대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는다.
태국과 사우디는 문화와 체육 교류 등을 포함한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해 대사 임명도 서두르기로 했다.
이와 함께 두 나라 양국 외교장관이 의장을 맡는 협력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접 투자를 촉진하는 내용도 협정에 포함된다.
태국과 사우디의 외교 관계는 지난 1989년 '왕실 블루다이아몬드 도난 사건'으로 사실상 단절됐다.
당시 사우디 왕자의 집에서 일하던 태국인 관리인이 50캐럿짜리 '블루다이아몬드'를 비롯해 2천만달러(약 273억원) 어치의 보석을 훔쳐 태국으로 달아났다.
사우디는 1990년 보석 회수를 위해 방콕에 3명의 외교관을 보냈으나 조직적인 암살 작전에 살해됐고, 이후 파견된 왕실 자문관도 실종됐다.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고, 사우디는 보복 조치로 태국 주재 대사를 소환하고 다시 대사를 보내지 않았다. 또 사우디인의 태국 방문을 금지하고 태국인에 대한 사우디 취업 비자 발급도 중단했다.
그러다 올해 1월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30여 년 만에 사우디를 방문, 실세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면서 외교 관계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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