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 영토 반환·피해 배상 수용하면 대화 가능"(종합)

입력 2022-11-09 22:04
젤렌스키 "러 영토 반환·피해 배상 수용하면 대화 가능"(종합)

기후총회 연설서 "평화 없인 효과적 기후정책 불가"

"러 침략 전쟁으로 석탄발전 재개…2만㎢ 우크라 숲도 파괴"



(서울·로마=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신창용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토 반환 등의 조건을 수용하면 러시아와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정상회의 화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 러시아의 유엔 헌장 존중, 전쟁 피해 배상, 전쟁 범죄자 처벌과 재발 방지 약속"을 러시아와의 평화 회담 조건으로 제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완벽히 납득할만한 조건"이라고 말했지만, 러시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 요구는 러시아가 합병한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을 반환하라는 것인데,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AP 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 자체만으로도 기존의 태도에 비해 상당히 완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9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는 한 러시아와 평화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 뒤에 나왔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5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도록 물밑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후변화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의 전쟁은 에너지 위기를 불러왔다"면서 "수십 개국이 자국민의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석탄 화력 발전을 재개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의 고의적 조치로 에너지 가격이 충격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유럽국가들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축소나 차단을 통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쟁이 우크라이나 삼림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러시아의 전쟁은 6개월도 안 돼 우크라이나의 500만 에이커(약 2만㎢) 숲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인한 삼림 파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COP27 행사장의 자국 전시관에 러시아제 포탄 파편이 박힌 통나무를 전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전쟁이 심각한 국제 식량 위기를 야기해 이미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많은 국가 국민에게 최악의 타격을 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기후변화 대처를 여전히 실제 행동이 아닌 수사와 마케팅으로만 간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지구가 단 한 발의 총성도 용납할 수 없을 때 침략 전쟁을 시작하는 자들"이라면서 러시아를 겨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COP27 정상회의에서 각국 지도자들이 연설할 기회를 얻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이 최고의 반응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cjyou@yna.co.kr,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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