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기후위기 대응 비용 2030년엔 3천조원 넘을 것"(종합)
英·이집트 공동용역 보고서…올해 기후변화총회 제출
COP27 총회 참석 개도국 정상들, 자금지원 확대 등 목소리
(샤름 엘 셰이크[이집트]·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황철환 기자 = 기후 재앙 대응을 위한 세계 기후 총회에서 '손실과 피해' 문제가 공식 의제로 채택된 가운데, 온난화의 피해자인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 비용이 2030년에는 연간 3천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개최국인 이집트와 지난해 총회(COP26) 개최국인 영국 정부 의뢰로 작성된 빈곤국의 기후 대응 비용 추이 분석 보고서가 7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보고서는 전 세계 개도국이 화석연료를 퇴출하고 극단적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투자 규모가 중국을 제외해도 2025년 1조 달러(약 1천388조 원), 2030년에는 2조4천억 달러(약 3천330조 원)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필요한 자금의 절반가량은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세계은행(WB)과 다국적 개발 은행 등이 외부자금을 조달해 나머지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핵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기후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은 "부유한 국가들은 신흥시장과 개도국의 기후 대응에 대한 투자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세계가 직면한 기후변화는 수백 년간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짚으면서 "이는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향후 10년간 진행될 에너지 기반시설 투자와 소비 증가가 개도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인 만큼, 개도국이 화석연료 의존에서 탈피하도록 돕지 않는다면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수많은 생명이 위협받을 것이란 경고도 담겼다.
반면, 적절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다면 극단적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도와 수십억 명을 빈곤에서 탈출시킬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달 6일 이집트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한 COP27에서는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를 공식 의제로 상정해 선진국이 기후변화 위기로 피해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보상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의제 채택 과정부터 개도국과 선진국 간 줄다리기로 총회 개회 자체가 지연되면서 향후 협상 과정에서 엄청난 진통을 예고했다.
이번 기후 정상회의에 참석한 개발도상국 정상들은 피해 보상 방안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후변화가 촉발한 해수면상승으로 고전 중인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는 기후 위기를 겪는 도서국에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더 많은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출 한도를 수십억에서 수조 달러로 늘리기를 원한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고 호소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기후변화 총회에서 장기간의 토의를 진행하며 기후변화 대응 방안 실행을 지연시키는 것이 잔인하고 부당하다"면서 개방적인 결과를 지향하고 절차를 중시하는 토론에서 이제 벗어나자고 제안했다.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온실가스 배출 규모는 전 세계 4%에 불과하다"며 "녹색 전환에 찬성하지만, 이는 우리의 개발을 저해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올해 대홍수로 기후 재앙의 극단을 경험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도 8일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피해 보상 및 지원 확대를 촉구할 예정이다.
선진국들은 2009년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에서 2020년까지 매년 1천억 달러(약 138조 원)를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스턴은 "모든 국가가 재정에 압박을 받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신흥시장과 개도국에 대한 외부재정 투입 규모를 늘리고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 세계은행을 포함한 다국적 개발 은행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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