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앙숙' 코소보-세르비아, 차량 번호판 갈등 재연
1만명 시위·경찰 578명 사임 등 세르비아계 집단 반발
코소보 총리 "세르비아의 사보타주" 규정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국경을 맞댄 '발칸반도 앙숙' 코소보와 세르비아가 자동차 번호판 교체 문제를 두고 재격돌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는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번호판 교체를 둘러싼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조직적인 반발을 세르비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며 이를 세르비아의 사보타주, 즉 파괴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코소보 정부가 잠정 연기됐던 자동차 번호판 교체 정책을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하면서 두 나라 사이엔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코소보 정부는 지난 8월 자국 내 세르비아계 소수 민족의 자동차 번호판을 코소보 기관 발급 번호판으로 교체하는 조치를 추진했다.
현재 코소보에 거주하는 세르비아계 주민 대다수는 세르비아에서 발급된 차량 번호판을 사용하고 있다.
코소보의 처사에 분노한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트럭으로 도로를 봉쇄하고 코소보 경찰을 향해 총을 쏘는 등 소요 사태를 일으켰다.
갈등이 본격화하자 코소보 정부는 유럽연합(EU)의 권고를 받아들여 제도 시행을 연기했으나 이달 들어 다시 시행에 들어갔다.
코소보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오는 21일까지 3주간 유예기간을 거친 뒤 불법 차량 번호판에 150유로(약 21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코소보 정부는 이를 통해 내년 4월 21일까지 코소보 운전자 전체 차량 번호판을 코소보 기관 발급 번호판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자 코소보에 사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번호판 변경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6일에는 코소보 북부 미트로비차에서 세르비아계 주민 1만여 명이 모여 세르비아 국기를 흔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공직자, 의원, 법관, 경찰 등 세르비아계 공무원들은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코소보 국가 기관에서 철수했다.
자신의 손으로 벌금 딱지를 발급할 수 없다며 사표를 낸 세르비아계 경찰관은 578명에 이른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을 비롯해 세르비아의 주요 정치인들이 코소보 북부에서 벌어진 세르비아인들의 집단행동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등 힘을 보태자 쿠르티 코소보 총리는 세르비아 정부가 코소보의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려고 한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지난여름에 이어 자동차 번호판을 둘러싸고 코소보와 세르비아 간에 긴장이 고조되자 EU가 다시 목소리를 냈다.
EU 집행위 피터 스타노 대변인은 "지난 며칠간 우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목격했다"며 "이것은 세르비아와 코소보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부치치 대통령과 쿠르티 총리에게 사태를 악화할 수 있는 일방적인 행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며 "대화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수천 명이 사망하는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이후 2008년 유엔과 미국·서유럽 등의 승인 아래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는 우방인 러시아·중국 등의 동의 아래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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