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발행 줄기는 했는데'…시중은행만 줄고 특수은행은 여전
지난주 은행채 총 4조4천600억원 발행…1천억원 빼면 모두 특은채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한전채와 함께 회사채 시장 내 수요를 빨아들인 주범으로 지목된 은행채의 발행 규모가 당국의 정책 발표 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 감소 폭에 비해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특수은행채(특은채) 발행규모는 크게 줄지 않아 여전한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 등에 따르면 지난주(10월 31일∼11월 4일)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이 발행한 전체 은행채 규모는 총 4조4천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규모를 줄이기 위한 관련 정책들을 내놓기 직전 주(10월 17∼21일)의 발행규모 6조7천500억원과 비교할 때 33.9% 감소, 약 한 달 전(9월 19∼23일)의 9조1천800억원보다는 51.4% 급감한 규모다.
최근 우수한 신용도의 초우량 은행채들이 쏟아지자 가뜩이나 얼어붙은 시장에서 한전채와 함께 투자 수요를 흡수해 일반 회사채의 유통·발행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나마 금융당국 등이 관련 정책들을 내놓은 이후 은행채 발행 급증세는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은 급감한 반면 특은채 발행규모는 크게 줄지 않았다.
지난주 전북은행이 발행한 은행채 1천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4조3천600억원은 모두 특은채였다. 기업은행[024110] 발행규모가 1조7천5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은행이 1조6천억원, 수출입은행이 1조100억원이었다.
시중은행이 발행한 은행채 규모는 약 한 달 전 3조4천억원에서 지난주 1천억원으로 급감했지만, 같은 기간 특은채 발행 규모는 5조7천800억원에서 4조3천600억원으로 24.6% 줄어든 데 그쳤을 뿐이다.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규모가 급감한 것은 최근 당국의 정책 등으로 자금 사정이 한결 여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금융위원회는 은행 통합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비율 정상화 조치를 6개월 유예했고, 같은 달 27일에는 한국은행이 은행 대출의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은행채와 공공기관채를 포함했다.
은행들이 보유한 은행채를 맡기고 그만큼 국공채를 찾아올 수 있게 되면서 LCR을 맞추기 훨씬 수월해져 은행채 발행 수요가 줄어들었다.
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상승으로 예·적금 수요가 급증하며 시중은행으로 자금이 활발히 유입되기도 했다.
반면 국책은행의 경우 기업은행을 제외하면 수신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대부분 자금을 채권 발행으로 조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수신기능이 있는 시중은행들은 당국의 은행채 발행 자제 권고에 즉각 조절할 수 있지만, 국책은행들은 특은채 발행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힘든 구조"라고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국책은행들이 외화채권 발행으로 특은채 발행 규모를 조절하기도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익명의 한 증권사 채권파트 관계자는 "계절적으로 4분기(10∼12월)는 외화채권 유동성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시기인데, 최근 중국 부동산 기업 채무불이행 등으로 아시아 크레디트물에 대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나빠졌다"고 말했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론 올해 2∼3분기처럼 특은채와 시중은행 은행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행을 늘리는 상황은 당분간 없겠지만, 특은채의 발행이 전격 감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은행채 전반의 순발행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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