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 10㎏ 이상 척추동물 1천년 전 인간 급증하며 절멸

입력 2022-11-07 16:17
마다가스카르 10㎏ 이상 척추동물 1천년 전 인간 급증하며 절멸

유전자 분석·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인구학적 변화가 생태계 변화 초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아프리카 남동부의 섬 마다가스카르는 독특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곳이지만 10㎏이 넘는 큰 척추동물은 모두 절멸한 상태다. 큰 여우원숭이(giant lemur)와 융조(隆鳥), 거북, 하마 등 큰 척추동물이 이 섬에서는 모두 사라졌는데, 원주민 유전자 분석 결과 약 1천 년 전 인간이 급증한 때와 시기적으로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 드니스 피에롱이 이끄는 연구팀은 원주민 가계별로 공유된 염색체 조각을 면밀히 분석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결과를 생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불과 4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지리적 인접성에도 2천500만 명에 달하는 '말라가시'(Malagasy)의 주류는 6천5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사용되는 아시아어를 쓰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조상은 아시아의 오스트로네시아어를 사용하거나 아프리카의 반투어를 사용하던 두 그룹으로 나뉜다.

연구팀은 어떻게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백 명 정도의 아시아인이 1천 년 이상 섬에서 고립된 생활을 유지했으며, 약 1천 년 전 반투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인들이 섬으로 건너오면서 수세대에 걸쳐 인구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인구 급증은 마다가스카르 풍경을 크게 바꿔놓았으며 한때 이곳에 살던 대형 척추동물의 절멸로 이어졌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피에롱 연구원은 "인간의 인구학적 팽창이 섬의 문화적, 생태학적 과도기와 일치한다"면서 "거의 같은 시기에 섬에 도시들이 형성되고 10㎏ 넘는 척추동물이 모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마다가스카르의 인구학적 역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인구학적 변화가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밝혔다.

이와 함께 두 개 이상의 그룹이 섞여도 유전자 자료를 분석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함으로써 인구학적 역사를 규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음으로써 다른 인구학적 연구에도 응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