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2조6천억원 1등당첨금 美 파워볼 복권에 '시선집중'
40번째 추첨에도 당첨자 안 나와…'경기불황' 속 우리 복권판매액도 증가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논설위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후반기 2년 국정동력을 좌우할 미국 중간선거 전망을 6일 아침(현지시간) 심각하게 보도하던 미국 뉴스진행자와 기자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퍼졌다. 전날 밤 이뤄진 미국 복권 '파워볼' 얘기로 화제가 전환되면서다. 역대 최대인 16억 달러(한화 약 2조2천640억원)로 불어난 1등 당첨자가 토요일 밤 추첨에서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8월 3일 1등 당첨자가 나온 뒤 파워볼에선 이번 추첨까지 40차례 연속으로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다. 1등이 나오지 않으면 당첨금이 이월되는 구조이기에, 7일 밤 진행될 다음 추첨에서의 1등 당첨금은 19억 달러(2조6천809억원)로 더 늘어났다. 단돈 2달러에 파워볼 복권을 구입한 뒤 행운의 주인공이 된다면 그야말로 인생역전 찬스다. 거액의 복권당첨자가 종종 나오는 미국이지만 이번엔 워낙 거액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들썩이는 모양이다.
유럽에서는 올해 7월 '유로밀리언'의 추첨에서 1등 번호인 7개 숫자를 모두 맞춰 2억3천만유로(당시 한화 약 3천74억원)의 상금을 받은 주인공이 나온 적이 있다. 작년에는 프랑스에서 2억2천만 유로(약 2천937억원)의 1등 당첨자가 나오기도 했다. 유로밀리언은 프랑스·영국·스페인·스위스 등 유럽 9개국에서 공동 판매되는 복권이다.
우리나라에선 2002년 로또가 발매된 이후 19회(2003년 4월 12일) 때 나온 407억2천296만원이 최고당첨금 기록이다. 1인당 최저당첨금은 546회 때 나온 4억594만원이다.
복권은 오래전부터 부족한 재정을 보완해 국가의 중대한 사업 재원 마련이나 국민 복지·교육·의료지원 등을 위해 발행돼 왔다. 동양에서는 중국 진나라 때 만리장성 건립 등 국방비를 충당하기 위해 발행됐고,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에는 로마의 복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 판매 및 경품추첨 행사가 시행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공식복권 효시는 1947년 12월 대한올림픽위원회의 올림픽후원권 발행이다. 당시 액면가가 100원, 1등 당첨금은 1백만원으로 발행 규모는 140만장이었다. 1949년 후생복표, 1969년 주택복권 발행에 이어 온라인복권, 연금식 복권 등이 속속 도입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대박의 희망을 갖고 복권 판매가 늘어난다는 분석이 있다. 작년 우리나라의 연간 복권판매액이 5조9천755억원으로 6조원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2017년 4조2천억원, 2018년 4조4천억원, 2019년 4조8천억원으로 점차 늘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5조4천억원으로 증가한 뒤 다시 작년에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복합위기 속에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올해도 복권 구입이 꽤 늘어날 것 같다. 실제 올 상반기 복권판매액은 3조1천4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 한해 전체 판매액은 작년보다 더 많은 6조원 초·중반대로 다시 한번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복권 판매 증가로 공익사업 등에 쓸 재원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서민들을 복권판매처로 더 내몬 것은 아닌지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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