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정부, 96조원 규모 부자증세·지출삭감 계획 내놓을 듯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다음 주에 600억 파운드(약 95조9천억원)에 달하는 증세·지출 삭감 예산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재무부 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오는 17일 새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최소 350억 파운드(약 55조9천억원)의 증세, 250억 파운드(약 39조9천억원) 규모의 지출 삭감 계획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 시절 나온 소득세 기본세율 인하 방침을 철회하고 배당세 감면을 겨냥하는 조치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부 소식통에 따르면 수당·보조금을 물가상승률에 따라 인상하겠다는 트러스 전 총리 시절의 정책 유지 여부, 연금을 물가상승률, 평균 임금상승률, 2.5% 가운데 높은 수치에 맞춰 매년 조정하는 '트리플 록'(Triple lock)을 변경할지 여부도 수일 내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총 증세·지출 삭감 규모는 추정치이며 변동될 수 있으나, 헌트 장관이 전체 직원회의에서 최소 500억∼600억 파운드에 해당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낵 총리와 헌트 재무장관은 트러스 전 총리의 사임 이후 재정적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이번 예상치는 당초 증세 필요 전망치보다 그 규모가 커진 것으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높은 금리가 영국 경제를 1930년대 이후 가장 긴 경기후퇴로 내몰 것으로 전망한 이후에 나온 것이다.
BOE는 지난 3일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며 그 배경을 치솟는 에너지 요금과 구인난이 심각한 빡빡한 노동 시장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미 영국 경제가 위축되고 있으며 2024년까지 8분기 연속 경기후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헌트 장관의 재정긴축은 이 같은 경기침체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헌트 장관은 이번 증세·지출 삭감 조치가 재무부에 추가적인 경제 충격에 대해 대비하고 시장 신뢰를 지킬 수 있는 운신의 폭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번 예산안이 실행되면 5만270파운드 이상(약 8천28만원)을 버는 계층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현재는 연금저축에 대해 40%의 세금 감면을 받고 있다.
부동산 임대인과 사업주들은 자본소득세법이 개정되면 보조금과 수당이 감소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자본소득세 법이 개정되면 정부는 수십억 파운드의 세입을 얻을 수 있다. 이 방안은 이미 2020년에 조세간소화국이 제안했지만,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수낵 총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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