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 시즌 임박…복합위기에 '안정과 혁신' 묘수 찾는다

입력 2022-11-06 06:01
재계 인사 시즌 임박…복합위기에 '안정과 혁신' 묘수 찾는다

삼성,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에 관심

현대차·SK·LG 등도 세대교체·미래대비 주력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임기창 이신영 기자 = 재계의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왔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과 원자잿값 인상, 고환율 등으로 내년 경영 환경이 더욱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그룹은 연말 인사로 새 진용을 꾸려 위기에 선제 대응하고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몇 년간 재계 인사 키워드가 '세대교체'와 '미래 먹거리 준비'로 압축되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올해는 특히 안정과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 삼성전자, 투톱 체제 유지…비서조직 꾸려질 가능성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통상 12월 초에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해 왔다.

올해는 특히 이재용 회장이 지난달 27일 취임한 이후 처음 실시하는 정기 인사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작년에는 3개 사업 부문의 60대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하고, 사업 부문을 반도체와 세트 두 부문으로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통해 50대인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투톱 체제가 1년밖에 되지 않아 작년처럼 큰 틀의 변화를 꾀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부터 직급별 체류 연한 폐지를 통한 조기 승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30∼40대 '젊은 리더'들이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크다.

이 회장이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외부 인재 영입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인사가 예년보다 앞당겨지거나 이 회장의 승진에 따른 별도 비서 조직이 꾸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출장시에도 별도 수행원 없이 다니는 이 회장의 스타일에 비춰 비서팀을 따로 꾸리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만약 비서 조직이 꾸려진다면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활에 앞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일부 수행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작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미래전략실 출신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비롯한 각 TF 팀장의 향후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밖에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이 최근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생활가전사업부의 새 수장 찾기 작업도 한창이다.



◇ 현대차 미래사업 전진배치…'준전시' SK 핵심 유임

현대차그룹 임원 승진 인사는 통상 재계에서 가장 늦은 편이다.

올해 인사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혁신을 담당할 이들의 전진 배치와 발탁 인사의 폭이 주목된다.

지난해 인사는 미래 먹거리 사업 강화와 세대교체가 핵심이었다. 인포테인먼트 등 주요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차세대가 승진 배치됐고, 이른바 '가신 그룹'이 상당수 물러나 정의선 회장 직할 체제로 세대교체가 마무리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올해도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자율주행, 전동화 등 미래 사업을 주도할 이들을 전진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30·40대 젊은 인재를 과감하게 임원으로 발탁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인사에서도 신규 임원 3분의 1이 40대였다.

내년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응하는 인사가 포함될지도 관심거리다.



SK그룹 인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12월 초에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이사회 경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각 관계사 이사회가 대표에 대한 평가·보상,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관계사별로 순차적으로 인사가 발표될 예정이다.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을 '준전시'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핵심 경영진은 대부분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 그룹 내에서는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경구가 회자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SKC[011790]를 제외한 모든 대표이사를 유임시켰고,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7개 위원장도 교체하지 않았다. 조 의장은 2017년 선임 이후 2년 임기의 의장 자리를 3번째 맡고 있다.

SK그룹이 집중 육성하는 배터리와 바이오, 반도체 등 이른바 BBC 신사업 부문에서 차세대 젊은 인재를 발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LG그룹은 지난달 25일부터 진행 중인 사업보고회를 마치는 이달 말께 임원 인사를 할 예정이다. 사업보고회를 토대로 조직 개편과 인사 규모 등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일부 계열사가 저조한 실적을 낸 데 이어 4분기와 내년에도 경영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래 준비'에 방점이 찍힌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는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실시한 4번의 임원 인사 중 최대 규모로 이뤄졌다. 또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조주완 LG전자[066570] CEO 등 일부 최고 경영진의 변화를 꾀하면서도 대부분의 주력 계열사 CEO를 유임시켜 '안정과 혁신'을 동시에 고려했다.

올해도 연륜을 갖춘 기존 경영진에 신뢰를 보내는 한편 차세대 리더에게 새롭게 중책을 맡기는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예년과 비슷한 이달 말께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지난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진행한 만큼 올해 인사 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대표로 앉히는 등 대대적인 물갈이가 진행됐던 유통 부문은 예년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다. 기존에 백화점 대표를 사장급이 맡아온 만큼 현재 부사장 직급인 정준호 대표의 승진 여부가 관심사다.

최근 실적이 악화한 롯데케미칼[011170]과 레고랜드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롯데건설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일진머티리얼즈[020150] 인수를 김교현 부회장이 진두지휘해왔고 그간의 성과도 작지 않은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올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신동빈 회장 장남 신유열 상무의 역할도 관심사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대전 아웃렛 화재로 예년보다 1∼2주 늦은 이달 중순께 인사가 있을 예정이다.

다만 화재 수사 결과 등이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 한화·CJ, 한발 빠른 인사로 미래 대비

한화그룹 등은 일찌감치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고, 미래 위기 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은 8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달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는 등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모두 끝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고, ㈜한화가 한화건설을 합병하는 등 그룹 사업 구조 재편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J그룹은 예년보다 두 달 가량 앞당겨 인사를 단행해 이목을 끌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조기 인사 단행 사흘 만에 계열사 CEO와 만나 "초격차 역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계획을 신속하게 수립해 내년에 즉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단행된 신세계그룹의 인사 기조는 신상필벌 원칙에 따른 성과주의였다.

이에 따라 발암물질 캐리백 논란에 휩싸였던 스타벅스 대표가 바뀌고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신세계[004170] 손영식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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