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원에 "아프리카로 돌아가라" 소리친 프랑스 의원 중징계
프랑스 하원, 15일간 출입 금지·두달간 수당 절반 삭감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하원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했던 극우 성향의 의원에게 중징계가 내려졌다.
하원은 4일(현지시간) 오후 그레구아르 드 푸르나 국민연합(RN)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의결했다고 BFM 방송이 전했다.
이에 따라 드 푸르나 의원은 앞으로 15일간 하원에 출입할 수 없고, 두 달 동안 월 수당의 절반만 지급받는다.
이렇게 무거운 징계를 받은 의원은 1958년 프랑스에 제5공화국이 들어선 이래 이번이 두 번째다.
2011년 3월 막심 그르메츠 전 프랑스공산당(PCF) 의원이 하원에서 15분간 동료 의원들을 모욕하고 협박했을 때가 처음이었다.
야엘 브룬 하원 의장은 "이 징계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징계 중 가장 가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 푸르나 의원은 트위터에 하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전날 하원에서 카를로스 마르탱 빌롱고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의원이 발언하는 도중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로 외쳤다.
빌롱고 의원은 이주민을 태운 채 지중해를 떠돌고 있는 선박에 관해 정부에 질의하고 있었다.
드 푸르나 의원은 "그들은(또는 그는) 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주어가 누구인지를 두고 주장이 엇갈렸다.
프랑스어에서는 3인칭 단수(il)와 3인칭 복수(ils)의 발음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나고 자란 빌롱고 의원의 부모는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이다.
드 푸르나 의원은 선박에 있는 이주민을 지칭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의 발언은 RN을 제외한 여야에서 모두 지탄받았다.
빌롱고 의원은 하원이 결정한 징계 수위에 마음이 나아졌다면서도 "모든 프랑스인이 나처럼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항상 RN이 인종을 차별하는 정당이라 믿어왔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마린 르펜 RN 대표는 드 푸르나 의원이 서툴렀다고 인정하면서도 징계가 지나치다고 반발했다.
르펜 대표는 트위터에 "정치적인 생각을 비난하는 정치적인 재판"이라며 "이는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르펜 대표는 2017년에 이어 2022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까지 진출했고. 지난 6월 총선에서는 당 역사상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
현재 하원 의석 577석 89석을 차지해 단일 정당으로는 여당인 르네상스(170석)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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