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서울대 연구팀 "기존이론 벗어난 플라스마 자발전류 발견"
나용수 원자핵공학과 교수,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논문 게재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한국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이하 'KSTAR')를 이용해 연구하다가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플라스마 전류를 발견했다고 학계에 보고했다.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따르면 서울대 나용수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프린스턴 대학 서재민 박사 연구팀은 KSTAR에서 발생한 핵융합 플라스마가 스스로 전류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현상을 관측했다. 연구성과는 지난달 29일 온라인 게재됐다.
플라스마란 원자핵과 전자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이는, 고체·액체·기체를 벗어난 물질의 4번째 상태로 우주의 99.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고온의 플라스마 상태에서 원자핵은 반발력을 이기고 융합하며, 이 과정에서 핵융합 에너지가 발생한다.
태양이 강력한 빛과 열에너지를 내뿜는 이유는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인 만큼 같은 원리를 이용해 만든 핵융합장치를 소위 '인공태양'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1995∼2007년 12년에 걸쳐 국내 기술로 개발한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 KSTAR를 운영하고 있다.
KSTAR는 도넛 모양의 '토카막'형 핵융합 장치로, 강한 전류를 흘려 자기장을 만든 뒤 고온의 플라스마를 띄운 상태로 가둬 구현한다.
다만 핵융합로에 갇힌 플라스마는 온도와 밀도가 조금이라도 불균일해지면 난류(turbulence)가 생성되는 등의 이유로 온도가 급격히 감소한다.
따라서 생성된 플라스마를 고온 상태로 오랜 기간 잘 유지하는 것이 상용 핵융합 발전의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나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난류와 플라스마 전류의 관계에 관해 연구하던 중 플라스마에 외부 전류 공급을 최소화하고 연료(중수소)를 추가로 넣어보는 실험을 했다.
그랬더니 난류가 상대적으로 약한 상태에서 플라스마 스스로 전류를 발생시키고 유지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연구팀이 실험을 분석해보니 전체 플라스마 전류 600㎄(킬로암페어) 중 대략 180㎄가 플라스마 스스로 만들어 낸 전류로, 약 30%의 '자발 전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현상에 대해 "욕조에 새로운 물을 붓지 않아도 가둬둔 물이 저절로 돌면서 흐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플라스마 자발 전류에 관한 이론과 실험이 있었지만, 이번에 발견된 자발 전류는 크기가 상당하고 발생 기전도 달라 아예 다른 특성을 보인다고 그는 말했다.
나 교수는 "이 전류가 보이는 물리적 특성과 전류량 모두 기존의 난류 이론으로 규명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며 "이런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원인을 알 수 없어서 학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나 원리가 밝혀진다면 상용 핵융합로가 장시간 지속해서 운전할 수 있는 조건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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