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영원하지 않다"…삼림 자원화에 눈 돌리는 아프리카 가봉
삼림보호·목재산업육성 동시 추진…초기성과 '성공적' 평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풍부한 열대우림을 보유해 '아프리카의 에덴'으로 불리는 산유국 가봉이 석유 고갈에 대비해 삼림 자원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봉 경제는 지난 수십 년간 원유에 의존해왔으나, 정부가 원유 고갈 가능성을 고려해 가치가 큰 나무들로 가득한 콩고 분지 열대우림으로 눈을 돌리면서 삼림을 미래 경제 기반으로 삼기 위한 정책을 대대적으로 펴고 있다.
가봉은 팜농장이나 합판 생산 허용 등으로 기후운동가들의 비난받기도 하지만 대규모 열대우림 파괴가 진행되는 브라질 등 다른 나라들과 달리 열대우림을 보존하기 위해 엄격한 보호 규정들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 경제에 필요한 개발과 기후 위기에 직면한 세계에 필요한 보존의 균형을 맞추는 게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가봉은 원목 수출을 금지하고 대신 세금 혜택을 주는 산업단지를 조성해 공장을 세우고 일자리를 창출할 가구회사와 합판제조업체 등을 유지하고 있다.
또 열대우림 1㏊당 25년마다 두 그루만 벌목할 수 있게 허용하는 벌목 제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으며, 불법 벌목을 막기 위해 바코드를 이용해 목재를 추적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가봉의 이런 정책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이런 정책을 받아들여 삼림보호를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콩고 분지 열대우림을 공유한 일부 국가는 내년부터 원목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고, 콩고공화국과 콩고 민주공화국은 목재 산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산업단지 조성을 계획 중이다.
열대우림 규모가 아마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콩고 분지는 세계 최대 탄소 흡수 삼림의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콩고 민주공화국은 열대우림의 소실 속도가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를 정도로 열대우림 파괴가 동시에 일어나는 곳이기도 했다.
가봉은 여러 면에서 이상적인 열대우림 보전 실험실이다. 200만 명이 약간 넘는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국토의 90%를 숲으로 덮여 있다.
가봉의 열대우림 보호 정책은 오마르 봉고 전 대통령에게서 시작됐다.
그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가봉의 숲'을 본 뒤 2002년 국토의 10%를 13개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42년간 대통령으로 재임한 그가 2009년 숨진 뒤 대통령에 당선된 아들 알리 봉고가 아버지의 정책을 이어받았다.
아들 봉고 대통령은 가봉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석유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뒤 리 화이트 환경장관 등에게 환경을 보호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벌목 억제, 원목 수출 금지, 합판·가구 등 나무 가공산업 육성 등 정책이 마련됐다. 정책 시행 후 삼림 파괴와 불법 벌목은 감소했고 가봉은 국제인증기관으로부터 탄소중립 평가도 받았다.
숲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면서 가봉 국내의 코끼리 수가 1990년 6만 마리에서 지난해 9만5천 마리로 증가하는 등 생물다양성이 증가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목재산업을 위한 경제구역을 만든 지 12년 만에 가봉은 아프리카 최대 베니어판 생산국이 됐고 전체 노동 인력의 7%인 3만여 명이 목재산업에서 일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97년 최대를 기록한 가봉의 원유 생산량은 3분의 1 이상이 줄었고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8.5%로 감소했다. 가봉은 원유의 비중을 2025년까지 20% 선까지 더 줄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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