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멜로니 '친유럽 행보'…첫 해외방문지로 브뤼셀 택해
EU 분열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친EU 행보 지속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 신임 총리가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다.
총리실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유럽연합(EU) 본부가 위치한 브뤼셀에서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을 차례로 만난다.
과거 EU를 향해 부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멜로니 총리가 첫 해외 방문지로 유럽의 심장인 브뤼셀을 택한 것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멜로니 총리는 첫 국정 연설에서 "이탈리아는 유럽과 서방세계의 일부"라며 "푸틴의 에너지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탈리아가 정권 교체 뒤에도 유럽의 단일 대오 안에 남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멜로니 총리는 총선 전에도 "EU를 탈퇴하는 미친 짓을 하지 않겠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에 남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당시만 해도 EU 체제 회의론자인 그가 자신의 성향과는 달리 중도층의 표를 모으기 위해 "친유럽적인 양의 탈을 쓴 것 아니냐"는 의심이 많았다.
그러나 멜로니 총리는 총선 승리 뒤 내각에 친EU 인사를 대거 발탁한 데 이어 첫 연설에서 EU와 북대서양기구(NATO·나토)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멜로니 총리는 브뤼셀로 첫 해외 행보에 나서며 이탈리아가 EU 체제를 계속 지지할 것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EU도 멜로니 총리가 첫 해외 방문지로 EU의 정책 노선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는 폴란드와 헝가리 대신 브뤼셀을 택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멜로니 총리가 소속된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그 자체가 메시지"라고 말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번 방문의 주요 논의 사항이 에너지 위기, 코로나19 회복기금, 우크라이나 전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멜로니 총리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에너지 비용에 대처하기 위해 EU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EU로부터 지원받는 코로나19 회복기금을 자국의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EU에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멜로니 총리와 EU 사이에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멜로니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초기부터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강력히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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