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숄츠 방중에 기대…교역강화로 美 디커플링 공세 대응
우크라전으로 멀어진 관계 복원해 美·유럽 '갈라치기' 모색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4일 방중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유럽의 결속이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멀어졌던 유럽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호기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숄츠 총리 방중에 대해 "올해는 중국과 독일 수교 50주년의 해로 중국과 독일은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라며 "이번 방중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유럽 정상의 첫 중국 방문이자 숄츠 총리 취임 이후 첫 방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오 대변인은 또 "양국 정상이 중·독 관계, 중·유럽 관계, 국제 정세 및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양국 간 정치적 상호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중·독 협력을 심화하는 것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방문은 신시대 중·독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심화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세계 평화와 안정,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부연했다.
숄츠 총리 방중 및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기대는 유럽의 중심 국가인 독일과의 관계를 '메르켈 시대'에 가깝게 돌리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재임 기간 독일과 유럽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정한 균형을 유지했다는 것이 중국의 인식이다. 메르켈이 유럽의 리더로 자리매김한 기간 유럽의 외교는 대미 자주성을 유지했기에 중국-유럽이 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도 교역을 고리 삼아 상호 이익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 말 메르켈의 사임과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유럽은 미국과의 군사·외교적 결속을 급격히 강화하는 동시에,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비판하지 않는 중국을 사실상 러시아와 한 편으로 규정하면서 중국과 유럽의 관계는 복잡해졌다.
그에 더해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 의혹, 대만과 유럽 국가 간 관계 강화 등으로 인해 양측 관계가 삐걱대면서 중국이 오랫동안 공들여온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의 유럽의회 비준은 공중에 뜬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직후 숄츠 총리가 중국을 찾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대독일 뿐 아니라 대유럽 관계 개선을 위해 최대한 활용해야 할 기회인 셈이다.
중국의 카드는 단연 거대 시장을 앞세운 교역인 것으로 보인다.
숄츠 총리의 이번 방중에는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 롤란드 부쉬 지멘스 CEO, 벨렌 가리호 머크 CEO, 크리스티안 제윙 도이체방크 CEO, 마르틴 브루더뮐러 BASF 이사회 의장 등 재계 유력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독일 매체에 보도됐다.
시진핑 국가 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은 숄츠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경제·무역 협력 강화를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공세를 무력화하고, 미국과 유럽을 '갈라치기'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사회과학원 유럽연구소의 허즈가오 연구원은 3일자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이 독일 경제 번영의 토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독일에 비현실적"이라며 "독일은 합리적인 대중국 정책이라는 바른길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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