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엔기구 분담금도 달러 아닌 루블로 내기로

입력 2022-11-03 09:42
수정 2022-11-03 09:46
러, 유엔기구 분담금도 달러 아닌 루블로 내기로

국채 원리금 상환 이어 자국통화 지불 방침 확대

"서방제재 탓 불가피"…보유외화 아끼며 제재 부작용 강조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가 유엔 기구에 내는 분담금을 미국 달러화가 아닌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2일(현지시간) 정부령을 통해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인구기금(UNFPA)에 대한 연간 납입금 지불 통화를 미국 달러화에서 루블화로 변경한다고 고시했다.

이어 이 기구에 대한 올해 납입금 123만6천321 달러(약 17억6천500만원)를 지급 시점의 환율에 따라 상응하는 금액의 루블화로 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 납입금이 옛 소련 국가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들의 인구 자료 수집과 분석, 활용 시스템 강화에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UNFPA는 임신의 자유와 출산의 안전, 아동 및 청소년의 잠재력 개발을 위한 활동을 주도하는 유엔 산하기구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 국제기구국의 표트르 일리체프 국장은 러시아가 유엔 및 그 산하기구 예산에 대한 분담금을 루블화로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재정 시스템의 정상적 운영을 제한하려는 서방 제재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의 대러 제재가 루블화 지불 결정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유엔 분담금을 자국 통화로 내기로 결정한 것은 보유 외화 지출을 줄이는 한편 서방 제재의 부정적 영향을 국제적으로 각인시키는 선전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자국 국채를 매입한 외국 투자자들에 대한 원리금 상환도 루블화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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