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은도 24일 금리인상 확실시(종합2보)
美금리 3.75∼4.00%로 올라 15년만에 최고…韓보다 최대 1.0%p 더 높아
파월, 이르면 12월 속도조절 언급…"최종금리 더 높아질 것" 5% 육박 시사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신호경 기자 = 좀처럼 잡히지 않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대폭 인상했다.
동시에 이르면 12월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도 내비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현상이 지속하자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초유의 조처를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3.00∼3.25%인 미국 기준금리는 3.75∼4.00%로 상승했다. 이는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이다.
미 기준금리 상단이 4.00%까지 오르면서 한국과의 금리 차도 더욱 벌어지게 돼 자본 유출 등에 따른 한국 경제 피해도 우려된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유지한 제로 금리 시대를 마감했다.
이어 5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데 이어 6월과 7월, 9월에 각각 0.75%포인트씩 기준 금리를 올리면서 인플레이션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날 단행된 0.75%포인트 인상은 시장에서 예견된 결과다.
지난달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2%, 전월보다 0.4% 각각 올라 물가 안정이 여전히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뺀 9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6.6%, 전월보다 0.6% 각각 올라 40년 만의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여기에 연준이 가장 정확한 물가 지표로 여기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5.1% 오르고, 노동 시장도 강세를 지속하면서 긴축 필요성을 더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대유행, 더 높은 식품·에너지 가격, 광범위한 가격 압박과 관련한 수급 불균형을 반영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은 엄청난 인명 및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전쟁 및 관련 사건들은 인플레이션에 추가 상승 압박을 가하고 있고, 글로벌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준다"며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 발표 직후 회견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FOMC) 회의가 될 수도, 아니면 그다음 회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실었다.
연준 성명도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때 그간 긴축 통화정책의 누적된 효과와 통화 정책이 경제와 물가 등에 미치는 시간적 격차, 경제 및 금융 상황 진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적시해 이를 뒷받침했다.
시장 일각에선 연준이 이번에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도 올해 마지막 FOMC 회의인 12월에는 0.5%포인트 인상 등 금리 인상 폭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도한 통화긴축으로 인한 불필요한 수준의 경기침체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파월 의장은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해 앞서 연준이 제시한 내년 기준금리 4.6%를 넘어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에 대해선 "매우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제 문제는 당국이 언제 어떻게 금리 기조 완화를 결정할 것인지에 있다"며 "연준 자체 전망은 12월 FOMC에서 0.5%포인트 인상하고 내년 초 소폭 인상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연준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말해온 더 안정적이고 꾸준한 성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란 반응을 내놨다.
연준의 이번 조치로 미국과 한국(3.00%)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두 나라의 기준금리 차이는 지난 9월 연준의 3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최대 0.75%포인트로 커졌다가 지난달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과 함께 0.25%포인트까지 좁혀졌지만, 다시 1.00%포인트로 확대됐다.
1%포인트는 가장 가까운 한미 금리 역전기(2018년 3월∼2020년 2월) 당시 최대 격차와 같은 수준이다. 그만큼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특히 원화 약세는 수입 물품 환산 가격을 높여 인플레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한은도 오는 24일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인상 폭은 아직 유동적인데, 이번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이후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나 물가가 더 뛰거나 외국인 자금이 기조적으로 유출 조짐을 보이면 한은이 10월에 이어 두 번 연속 빅 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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