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으로 치닫는 환경운동…로마서 출근길 도로 점거
"기후위기에 경각심" 환경단체 과격 시위에 반감도 커져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도시외곽순환도로 GRA에서 환경운동가들이 도로 점거 시위에 나섰다.
이탈리아 공영 방송 라이(Rai)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께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지오네'(Ultima Generazione·이탈리아어로 마지막 세대라는 뜻) 회원들이 로마 교외의 셀바 칸디다 인근의 GRA 도로 한가운데를 점령했다.
이 단체는 6월 20일 GRA에서, 10월 12일에는 로마 시내에서 도로 점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 단체 회원들은 화석 연료 사용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차선을 점거한 채 차량 행렬을 막았다.
공휴일 다음 날 출근길에 이러한 봉쇄 농성이 벌어지자 화가 난 운전자들은 문을 박차고 나와 항의를 쏟아냈다.
일부 운전자들은 출근해야 한다며 사정했지만, 환경운동가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분노가 폭발한 일부 운전자들은 환경운동가들 손에 들린 플래카드를 빼앗아 내던지고 이들을 아스팔트 바깥으로 질질 끌어냈다.
정체가 풀리는가 싶었지만, 환경운동가들이 다시 차량 행렬을 막아섰고, 결국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운전자들은 정상적으로 출근길에 오를 수 있었다.
경찰은 환경운동가 6명을 체포한 뒤 신원 확인을 위해 이들을 경찰서로 연행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선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환경운동가들의 과격한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소속 활동가들은 영국 런던, 네덜란드 헤이그 등에서 화석 연료 사용에 반대하며 '해바라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명화에 음식물을 뿌리거나 접착제로 손을 붙여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독일에서도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 소속 활동가들이 포츠담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전시된 모네의 작품 '건초더미'에 접근해 으깬 감자를 끼얹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명화에 갖는 관심의 반만이라도 기후 위기에 기울여달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지나치게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면 반감만 살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로마 GRA 도로 점거 시위에 참여한 한 환경운동가는 "무서웠다. 그렇게 폭력적인 반응이 나올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한 운전자는 내게 발길질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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