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현수교참사 인재 정황 '속속'…"낡은 케이블 교체 안해"
"보수업체, 페인트칠하고 바닥만 바꿔"…"전문가 감독·대피 계획도 없어"
모디 총리 현장 방문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조사' 지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약 1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 현수교 붕괴 참사가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매체는 2일(현지시간) 경찰과 지역 당국을 인용해 다리 붕괴와 관련한 심각한 부실 정황에 대해 잇따라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부 구자라트주 모르비 지역에서는 보행자 전용 현수교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사람들이 물에 빠져 약 140명이 숨졌다.
이 다리는 140여년 전에 건설돼 매우 낡았으며 최근 7개월간 보수공사를 거쳐 지난달 26일 재개장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보수업체인 오레바는 재개장에 앞서 다리에 페인트칠을 하고 닳아버린 케이블의 표면에 윤만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도 법원 자료 등을 인용해 보수업체는 다리의 바닥만 바꿨을 뿐 케이블은 교체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공사 현장에서는 전문가의 감독도 이뤄지지 않았고 비상 대피나 구조 계획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오레바는 당국에 알리지 않고 다리를 재개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재개장 승인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보수공사는 오는 12월까지로 예정됐으나 오레바는 디왈리 등 축제 기간에 맞춰 서둘러 개장했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지적했다.
이 다리는 모르비 지역의 관광명소로 입장 요금을 내야 다리에 올라설 수 있다.
사고 당시 다리 위에 몰린 사람 수가 적정 인원을 크게 초과했다는 점도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다리가 감당할 수 있는 인원수는 125∼150명 수준인데 다리 위에는 400∼500명이 올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현지 매체 리퍼블릭월드에 따르면 사고 당일 팔린 다리 관광 티켓은 675장에 달했다.
특히 사고 직전에는 일부 젊은이들이 고의로 다리를 흔들며 장난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교체된 다리 바닥의 무게가 기존 것보다 훨씬 무거워 하중에 더 무리가 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사와 관련해 당국의 감시 소홀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전날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았다.
모디 총리는 다리 잔해에 올라 현장을 살펴보고 병원을 방문, 부상자도 위로했다.
그는 이번 사고와 관련한 모든 면을 밝히기 위해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 경찰은 지난달 31일 현수교 관리 관계자 9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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