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9세기 짐바브웨 독립운동가 유골 모국 반환키로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영국 런던 자연사 박물관과 케임브리지 대학은 19세기 말 아프리카 짐바브웨를 식민 통치하던 시절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 유골을 모국에 반환하기로 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두 기관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짐바브웨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유해 11구를 반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유해는 짐바브웨 제2 도시인 불라와요에서 1893년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해골 3점과 갱도에서 발견됐거나 고고학적 발굴 작업을 통해 찾아낸 유해들로 알려졌다.
짐바브웨는 1890년대 영국을 상대로 1차 해방전쟁(치무렝가)를 이끈 지도자들의 유해를 영국이 자국에 전리품으로 가져갔다고 믿고 있다.
특히, 짐바브웨는 당시 영매로서 독립 투쟁에 앞장선 인물인 음부야 네한다의 유해가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반환을 요구해 왔다.
네한다는 독립투쟁 당시 영국 장교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교수형을 당한 뒤 목이 잘렸다.
처형 직전 "내 뼈가 부활할 것"이라고 예언한 네한다는 이후 계속된 반영 독립 투쟁의 상징이 됐고, 짐바브웨는 마침내 1980년 독립을 쟁취했다.
짐바브웨 정부는 작년 수도 하라레 중심가에 그를 기리는 3m 크기의 동상을 건립했다. 당시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은 네한다를 비롯한 독립투사의 유해 반환을 영국 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과 케임브리지대학은 최근 영국을 방문한 짐바브웨 정부 대표단과 만난 뒤 보관된 유물을 조사했지만 짐바브웨 측이 찾는 특정인의 유해를 찾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환하기로 한 유해가 네한다 등과 연관이 있다는 기록은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짐바브웨 정부는" 영국에 짐바브웨인의 유해가 실제로 있다"는데 만족한다며 "조상의 유해를 모셔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런던 자연사박물관과 케임브리지대 덕워스 연구소는 각각 약 2만 5천 점과 1만 8천 점의 유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이중 대다수는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나온 것이지만 일부는 유래가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BBC는 과거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에서 전리품이나 학술적 목적으로 유해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19세기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두개골과 뇌의 형상을 통해 사람의 성격이나 특성, 운명 등을 연구하려는 골상학이 유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것과 해골의 생김새가 다른 지역 사람들을 열등 인종으로 취급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측은 올해 초 마오리족 유해를 뉴질랜드에 반환한 바 있다.
kjw@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