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의 트럼프' 보우소나루도 대선패배 불복하나
선거운동 기간 열세 속 줄곧 '부정선거' 주장
트럼프처럼 땅고르기…아직 승복않고 룰라에 전화도 안걸어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결과에 승복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마감된 대선에서 득표율 49.1%를 기록, '좌파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선인에게 1.8% 포인트 차이로 밀려 연임에 실패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글로벌 미디어는 그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언행을 돌아보면 그가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오후 9시 기준 아직 패배 승복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다.
그는 선거 결과에 아무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으며 룰라에게 전화를 걸지도 않았다.
다만 보우소나루 측 일부 인사들은 보우소나루의 패배를 공개로 시인했다.
로이터 통신은 보우소나루가 선거 패배 직후 '부정선거' 주장을 펴며 불복할 것이라는 예상이 최소한 지금까지는 들어맞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지지자를 향해 내년 대선에는 자신이 승리하거나, 살해당하거나, 체포되는 단 세 가지 결과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공금 횡령 등 각종 부패 혐의를 받는 보우소나루는 면책특권을 기대하며 "나는 절대 체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보우소나루의 지지층은 선거 기간 룰라 당선인이 갱 조직의 두목, 공산주의자, 브라질의 교회를 철폐하려는 사탄 숭배자라며 룰라 당선인이 대통령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주장해왔다.
당시 브라질 선거 당국이 이 같은 가짜 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해 게시물을 내리는 등 개입했다.
그러나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선거가 불공정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층의 의심에 불을 지폈다.
특히 NYT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난 몇 년간 전자투표기기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을 대선결과 불복 가능성으로 주목했다.
선거에서 졌을 때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땅 고르기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브라질에서 전자투표가 도입된 이래 선거가 조작됐다는 증거는 드러난 적 없다.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 같은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판박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롤모델로 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재검표를 요구하고 소송까지 나섰다.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거의 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옹호했다.
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을 빌려 대선 불복 시나리오를 쓴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하는 지지층이 연방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는 사태가 불거지기도 했다.
브라질에서 지금까지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층이 선거 결과에 공개 반발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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